[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폴 오닐 재무장관은 이달초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환율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 재무장관이 환율정책에 대한 의회증언을 강요받은 것은 10여년만에 처음이다. 이는 미국내에서 환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리에서 의회와 재무부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오닐 장관은 "강한 달러가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의원들은 "강한 달러가 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반박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노동자 및 제조업체들이 겪고 있는 피해사례를 줄줄이 열거하며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을 공격했다. 의회·재무부간의 이같은 공방에도 불구,최근 다시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당분간 '달러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대세다. 지난 2월 이후 뉴욕증시 주가와 달러가치는 모두 5∼10% 하락했다. 디플레이션 및 기업수익 악화를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선진공업국 및 신흥국가들은 달러약세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인위적으로 중국 위안화가치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달러를 대거 매입해온 중국도 달러약세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달러약세로 자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물론 통화가치 결정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달러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되면 현재 하루평균 12억달러에 달하는 달러매입 규모가 줄어들고 당연히 달러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달러가치 결정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길 경우 다른 나라들도 이를 따라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러가치가 급락하면 다른 국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은 일본이 가장 초조해할 것이다. 일본당국은 달러가치가 두달만에 달러당 1백35엔대에서 1백25엔대로 떨어지자 "엔화가 강세를 유지할 이유는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달러약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로 시중유동성을 강화해야 하지만 일본의 경우 금리가 이미 제로상태여서 대처능력이 유럽국가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달러약세는 지속적으로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는 핵심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달러약세는 미국경제에 뭔가 추가적 부양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약세가 지속되는 동안 미 의회와 정부는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소비지출 증대방안 등을 적극 고려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규모 추가 세금감면,금리인상 연기,투자확대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치들은 결과적으로 미 경기 및 강한 달러 회복을 촉진한다. '한시적 달러약세'는 미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단기적으로는 부담을 줄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대응방식에 따라 중장기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존 H 마킨 미국기업연구소 재정정책연구 담당 국장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Charting the Dollar's Course'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