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 중 '다메'라는 단어가 있다.


'소용없다''좋지 않다'에서 '하면 안된다'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의미로 쓰인다.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이 말을 지난 17일 하룻동안 두차례나 입에 올렸다.


한번은 경제월례보고회의가 끝난 후였고,또 한번은 중국 무장경찰의 선양 일본총영사관 진입 사건에 대한 야당 조사와 관련해서였다.


그는 일본경제의 전망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다메,다메라고(외부에서는) 말했지만 구조개혁을 밀어붙여 경기를 회복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남들은 '소용없다,안된다'고 비판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힘들어도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각오니 믿음을 살 만한 발언이다.


그러나 일본 총영사관 사건으로 눈길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중국 경찰이 총영사관 내부에서 탈북주민들을 강제연행한 사건에서 외무성의 망신외교를 들춰낸 민주당의 조사결과를 놓고 '자학주의'라고 힐난했다.


"일본측의 잘못을 들춰내 '일본은 다메'(틀려 먹었다,안된다)라는 식으로 몰아치는 것은 지나친 자학주의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야당은 중국이 그렇게도 좋은가 보다"고 몰아쳤다.


중국과 일본은 탈북주민이 일본 총영사관에서 연행된 사건이 발생한 지난8일부터 외교전쟁을 치르고 있다.치외법권이 유린됐다며 펄펄 뛴 것이 일본 정부의 처음 태도였지만 외무성의 사실 은폐,탈북자가 들어오거든 내쫓으라는 아나미 주중대사의 발언,중국경찰에 대한 의심스런 행동이 드러나면서 일본의 국가 이미지는 또한번 추락했다.


일본 언론과 야당은 이번 사건이 주권국가의 체면에 큰 흠집을 냈다며 인권 외교에 관한 한 고이즈미 정권은 낙제를 면치 못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정치가에게는 진실을 알릴 책임이 있는데도 보고서를 자학주의로 몰아세운 총리의 정체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즐겨쓰는 말 중 하나가 '허심탄회'다.


하지만 그는 외무성의 과오를 인정하고 겸허하게 반성해야 할 시점에서 엉뚱한 화살을 날림으로써 스스로 깊은 상처를 남긴 셈이 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