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구 포항제철)가 회사 설립자인 박태준 전국무총리의 질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7일 귀국한 박 전총리는 인천공항에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들을 불러 최근 포스코가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매섭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박 전총리는 "내가 25년동안 재직하며 외압, 청탁을 단절하느라 병이 다 들었는데 창업자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경영진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박 전총리가 유상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며 강경 발언을 하자 포스코측은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박 전총리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 "하지만 박 전총리가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이번 사건을 접해 상당부분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측이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박 전총리가 포스코에 대해 갖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그의 발언이 유상부 회장의 현 위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70년 포항제철 설립당시 입사한 유 회장은 박 전총리의 두터운 신임아래 빠른 승진을 거듭하며 'TJ사단'의 핵심멤버로 자리잡았었다. 그러나 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 전총리에 대한 제재가 시작됐고 당시 포철 해외영업담당 부사장이던 유 회장도 이에 휘말려 비리 혐의로 6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후 유 회장은 삼성중공업 대표 등을 지내며 '외유' 생활을 했으나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DJP연합의 핵심축 역할을 했던 박 전총리의 천거에 따라 98년 포철 회장으로 '금의환향'했다. 그는 취임과 함께 국내 공기업 최초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고 전체 이사회의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면서 나름대로 경영투명성 제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0년에는 권력실세로부터 인사청탁과 정치자금 요청을 받았으나 "두 번 다시 감옥에 갈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 이를 거절하는 등 정치권력과 선을 확실히 그었던 박 전총리의 길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또 한 차례 검찰소환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든든한 후원자였던 박 전총리의 비판까지 받으면서 유 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됐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박 전총리는 그같은 비리사건에 포스코 이름이 거론된 것 자체에 대해 상당히 분노한 것 같다"며 "포스코와 유 회장은 이를 '투명경영의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