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 주가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이익을 받아 왔다. 기업환경과 경영구조가 투명하지 못했고,국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으며,기업 재무정보의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적정 주가의 결정에 많이 사용되는 주가 이익 배수(price earning ratio)는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경우 금년 4월1일 현재 평균 15.7로서,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국가경쟁력 평가순위가 비슷한 국가들의 22.7에 비해 현저히 낮다. 외화차입 때의 가산금리는 지금은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0.25% 이하로 내려갔지만,1998년 4월의 외평채는 3.45%,99년 4월의 산업은행 글로벌펀드는 2.25%의 가산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는 기업회계와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흔하게 지적됐다. 그래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IMF와 세계은행의 요구에 따라 이 분야의 개혁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98년 12월의 기업회계기준 전면개정을 기점으로 △30대 기업집단에 대한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기업회계기준 제정을 전담하는 민간기구인 한국회계연구원의 출범 △회계감사 준칙의 전면 개정 △부실감사에 대한 처벌 강화 △공인회계사의 피감사회사 주식 보유 금지 △기업의 내부통제제도와 회계관리제도 유지 의무화 △누적회계부실의 정리 용인 △상장법인에 대한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의 전면 도입 △감사의견 거절이나 부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기업의 서든데스 제도 등 그 동안 도입된 투명성 정책과 제도는 가위 혁명적이라 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외국계 펀드의 매니저들이 최소한 30%선을 적용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국제적인 투자가들이 우리기업들의 기업가치를 계산하고 투자결정을 할 때는 여전히 낮은 주가 수익배율을 적용한다. 왜 그럴까? 정치수준의 낙후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투명성과 법질서의 신뢰도 문제,노사관계의 불안,거시경제의 회복을 재촉한 과다한 자금 공급에 대한 불안감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에 할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가장 귀에 따갑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를 강요하면서도,공기업이나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뽑을 때는 무리해서라도 정부가 원하는 인물을 낙점시킨다.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금융지원을 위해서는 사장단 자율 결의라는 편법을 동원한다. 고위관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민간기업의 행위는 법이나 규정에 관계없이 금지시켜야 직성이 풀린다. 신경제시대의 특징인 승자 독식 현상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두가 고만고만해서 정부의 품에 안겨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야 비로소 만족한다. 정부가 그리는 시장질서가 만들어진 것 같아야 시장이 제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어디 그런 것인가? 시장경제의 원동력은 인간의 이기심이요,탐심이다. 시장경제의 마술은 이러한 개인의 이기심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 시장 참여자 전체의 복리향상으로 승화된다는 데 있다. 돈을 벌겠다는 개인이나 기업의 탐심이 공무원의 시각에서 볼 때 못마땅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의 번영을 위해서는 그 탐심을 인정하고 민간이 돈 버는 것을 즐거워해야 한다. 정부 역할은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분명한 시장 규칙을 만들고 감시하는 일에 그쳐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장 규칙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하며,일관성이 있어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한다. 여론 향배에 따라,정책책임자 취향에 따라 불시에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시장 참여자의 효율이 올라간다.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방향성이 흔들리는 시장에 진입하는 대가로 선진국의 전문투자가들은 낮은 배수나 가산금리를 요구한다. 정책 결정의 조급성·미숙과 정책 일관성의 결여로 인해 우리 기업,시장과 금융회사들이 입어온 손해가 얼마인가 생각하기도 두렵다. 아마 몇십조원을 쉽게 넘었으리라는 막 계산을 해본다. ilsupkim@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