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는 목적에 따라 달리 정의된다. 대당 30만원에 팔리는 휴대폰의 원가는 얼마일까. 원가에 따라 이익이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가를 계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제조원가가 15만원이라면 마진율은 1백%가 된다. 그러나 원가에는 제조원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이전에 상품개발원가가 발생하고 제조 이후에도 마케팅,판매,유통 비용 등이 발생한다. 제조 이전,이후 원가까지 합치면 25만원이 원가일 수도 있다. 제조담당자가 관심 있는 원가는 제조원가인 15만원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가격 설정을 할 경우는 25만원이 중요한 원가정보 일 것이다. 이와 같이 원가는 사용목적에 따라 달리 정의된다. 매출 증대가 곧바로 수익성 증대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의 대표적인 변화 중의 하나는 매출(외형)위주의 경영에서 수익성(이익)위주의 경영으로의 전환이다. 수익성이란 매출에서 원가를 차감한 것이다. 외형위주의 전략은 매출을 늘이면 단위 당 원가가 절감되고 따라서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매출의 증가속도보다 비용의 증가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많다. 1996년 국내 상장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대략 1%였다. 이는 매출이 1백억원인 기업의 경우 원가가 99억원이고 경상이익이 1억원임을 의미한다. 만약 1% 경상이익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면 경상이익이 2억원이 되기 위해 매출이 2백억원이 돼야 한다. 매출액이 1백% 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원가 99억원의 약 1%에 달하는 1억원의 원가를 절감하면 이익은 2억원이 될 수 있다. 1996년의 경우와 같이 손익구조가 열악한 경우는 매출액 1백% 증가와 원가 1% 감소가 이익증대에 엇비슷한 효과가 있다. 이는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향상이 매우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국내 상장기업을 보면 매출액은 증가했는데 경상이익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1996년의 경우 1995년에 비해 매출액은 13.91% 증가 했다. 그러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오히려 2.73%에서 0.98%로 감소했다. 1997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원가절감 없이는 매출액의 증대가 곧바로 이익의 증대로 연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원가절감은 "원가동인(cost driver)"을 찾아야만 가능하다. "원가동인"이란 원가를 유발하는 요인을 말한다. 이동전화회사 콜센터의 인건비는 상담 건수가 많을수록 또는 상담시간이 길수록 증가할 것이다. 기계의 셋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비용은 셋업건수나 셋업시간이 많아질수록 증가한다. 상담건수와 시간이 콜센터의 인건비,셋업건수나 시간이 기계셋업부서의 원가동인이다. 원가절감은 이러한 원가동인을 찾아내고 불필요한 원가동인을 줄일 때만 가능하다. 통화서비스가 좋아서,또는 상담을 효과적으로 해 상담건수나 상담시간이 줄어들 때,그리고 제품설계나 생산계획을 잘 해서 불필요한 셋업건수나 셋업시간이 줄어들 때 업무량이 줄어들고 나아가서는 원가절감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원가는 결과일 따름이다. 원가동인이라는 직접적인 원인을 찾은 뒤 제품.서비스의 설계,생산.제공 프로세스를 혁신해 불필요한 원가동인의 수량을 줄일 때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회계장부에 기록된 원가만이 원가가 아니다. 원가는 제조원가와 비제조원가로 나눌 수 있다. 제조원가는 제품제조에 소요된 재료비,노무비,경비를 말한다. 비제조원가는 판매비나 일반관리비 등을 말한다. 현재 기업회계기준에서 재고자산에 포함할 수 있는 원가는 제조원가로 국한된다. 우리는 흔히 재무제표에 사용되는 원가개념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가는 모두 실제발생원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개념중의 하나가 기회원가이다. 기회원가란 차선책을 포기함으로써 예상되는 이익을 의미한다. 제품 애프터서비스를 소홀히 할 경우 비용은 절감할 수 있으나 고객이 이탈할 경우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애프터서비스 비용의 절감은 미래 창출가능이익이라는 기회원가를 야기하게 되므로 비용 절감분과 기회원가를 비교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회계장부에는 기회원가가 기록되지 않지만 기회원가는 엄연히 존재한다. 월드컵축구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시합에 비유를 하자면 매출증대는 공격이고 원가관리는 수비인 셈이다. 공격수가 일단 골을 넣지 못하면 절대 이길 수는 없다. 0:0으로 끝난 한국과 중국의 평가전에서 한국팀은 골을 하나도 넣지 못했기 때문에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매출이 없으면 이익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아무리 골을 넣어도 골을 넣은 횟수보다 잃은 횟수가 많으면 진 게임이다. 지난 월드컵 대멕시코 전에서의 1:3 역전패가 그 경우이다. 처음 한 골은 아주 잘 넣었지만 세 골을 내줬다. 즉 아무리 매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도 비용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이익이 나지 않아 "지는 게임"이 되는 것이다. 공격과 수비,즉 매출과 원가관리가 적절히 균형이 이루어져야만 "이기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안태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경-매니저소사이어티 공동기획 www.managersociety.com 알림=이 지상 강좌는 지난 2일자 MBA교실에 이은 안태식 교수의 관리회계 시리즈 두번째 강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