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에 초특급 스피드를 자랑하는 강속구 투수가 등장했다. SK 와이번스의 3년차 '중고신인' 엄정욱(21)은 11일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올시즌 첫 등판해 인천 문학구장의 전광판에 최고시속 156㎞의 강속구를 찍어프로야구 사상 최고 스피드를 기록했다. 이날 SK가 7-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엄정욱은 첫 타자 이현곤을 상대로 초구에 154㎞를 기록하는 등 불같은 강속구로 삼진을 잡았다. 후속타자로 나선 이종범에게는 최고시속 156㎞의 `광속구'를 뿌리다 118㎞의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마지막 타자 김종국은 2루 땅볼로 처리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는 두산의 좌완 이혜천만이 150㎞안팎의 빠른 볼을 던질뿐 150㎞대 중반을 넘어서는 투수는 없다. 과거에는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한양대 1학년시절 동대문구장에서 스카우트들의 스피드건에 156㎞를 찍은 사례가 있었고 프로야구에서는 선동열, 박동희가 90년대 초반 최고 155㎞를 기록한 적이 있다. 반면 엄정욱은 이날 뿌린 10개의 직구 중 단 1개만이 148㎞에 머물렀고 평균시속이 152.4㎞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인 특급 스피드를 기록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엄정욱은 아직까지 `미완의 대기'다. 190㎝,90㎏의 당당한 체격의 엄정욱은 강속구에 비해 변화구 구사능력과 제구력이 떨어져 아직 1군 타자들을 상대하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많다. 중앙고를 졸업하고 2000년 SK 유니폼을 입었던 엄정욱은 첫 해 4경기에서 승패없이 방어율 6.35를 기록했고 지난 해에는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도 시즌 개막 한 달 뒤에야 1군에 올라 온 엄정욱은 당분간 패전처리로 기용돼 경험을 쌓을 예정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불같은 강속구로 국내프로야구를 평정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