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삼성 이건희 회장의 KT지분 입찰 불참발언이 정부의 KT지분(28.37%) 매각에 큰 변수로 등장,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장의 발언 직후 삼성 구조조정본부측은 "삼성전자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서 KT에 지분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금융계열사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KT지분을 매입할 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김에 따라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계열사들의 KT지분 참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KT지분매입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쪽과 "이번 주식매각의 주간사인 삼성증권의 입장을 감안, 매각에 성의를 보인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가 이번 KT주식 매각에서 기관투자자에 주식 2%와 교환사채(EB) 2% 등 총 4%를 배정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기관 투자자들은 15% 한도내에서 0.5% 이상을 취득하면 전략적 주주로서 매입량의 두배에 해당하는 EB를 살수 있게 돼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10일 "전략적 투자자는 EB 매입 우선권이 주식 매입량의 두배라는 것이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와 큰 차이"이라면서 "그러나 KT의 전체지분중 0.5% 이상만 취득하면 누구나 전략적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이 삼성증권을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을 동원, 동일인 지분한도인 15% 범위내에서 얼마든지 KT지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투자목적으로 3%선의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발언은 액면그대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KT지분 매입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이 금융계열사의 KT지분 매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시책에 부응한다는 그룹차원의 정치적 입장과 함께 이번 지분매각에서 가급적 많은 물량을 매각해야하는 주간사인 삼성증권의 입장을 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금융계열사의 KT지분 매입은 단순히 투자목적일 뿐 경영권 인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KT를 인수할 경우 재벌특혜, 경제력 집중 등 비판적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의 KT 지분매입 참여여부를 놓고 상반된 견해들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KT 인수 가능성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여온 SK, LG 등은 이 회장의 발언이후 삼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변화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SK의 관계자는 "KT지분 참여에 대한 실효성을 검토중"이라면서 "아직 청약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SK는 그러나 "KT는 시내전화 분야에서 97%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고 유무선 자회사를 거느린 막강한 독점적인 통신회사"라면서 "따라서 KT 민영화는 공정경쟁의 틀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특정 재벌이 KT를 장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삼성의 KT인수 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LG측도 "통신 장비를 납품하는 LG전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다소 상징적인 선에서 지분매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계열사중 LG전자가 직접 참여할 지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통부도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이번 지분매각에 심각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당초 KT지분 매각은 삼성만을 겨냥해 추진된 것이 아니며 삼성외에 많은 기업들이 있다"면서 "삼성보다는 증시전체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