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작품활동을 펴고 있는 프랑스 출신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91)의 개인전이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부르주아는 이번 전시에서 섬유조각 '부부'와 '모자상' 등 천을 손바느질로 기워 만든 작품 14점과 드로잉 8점을 소개해 최근의 예술적 관심과 흐름을 보여줄 예정이다. 1938년 이후 미국에서 살고 있는 부르주아는 2000년 가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억의 공간'이라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해 초기 드로잉에서 최근 설치작까지 자신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작가는 "나의 조각은 나의 심리분석학이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자전적 내면심리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욕망, 쾌락, 사랑, 고통, 소외라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직면했던 경험을 상징적이고 기묘하게 표현했다. 그는 호색가인 아버지와 인내심 강한 어머니, 성적으로 문란한 언니와 가학취미의 남동생을 둔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인간심성과 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압도적 규모의 청동 거미 작업을 했으나 요즘에는 손바느질한천 조각의 제작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이같은 기법과 재료의 변화는 그의 예술세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갤러리측은 말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바느질은 곧 치유행위를 상징하고 천 조각을 이어붙인 신작 인체상은 화해와 통일, 회복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부부'는 두 사람이부드럽고 따뜻하게 포옹하는 장면이고, '모자상'은 아이가 불구의 어머니를 끌어안는 모습이다. 여러 색상과 형태의 천 조각을 2m 가량 높이로 쌓아 올린 '무제'는 토템 폴(totem pole)같은 작품으로 반복과 나열의 극히 단순한 조형원리로 유희적 추상성을 파고든다. 1982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첫 회고전을 열어 20세기 대표적 여성미술가로 부상한 부르주아는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으며,미국과 프랑스 정부의 문화훈장, 일본문화협회의 세계문화상 수상 등으로 최고의 영예를 누리고 있다. ☎ 735-8449.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