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대회 우승은 박세리에 이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 98년 박세리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이 나라살림이 거덜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의존해야했던 시련 극복에 적잖은 힘이 됐다면 최경주의 우승은 재도약을 향해 뛰는 우리 국민에게 또 한번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그의 우승은 어려운 여건속에서 일궈낸 쾌거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도 골프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부족한 시설이나 일부의 편견이여전한 가운데 골프가 한국의 명예를 빛내는데 선봉에 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금자탑을 쌓은 최경주의 우승은 골프장과 골프인구가 한국의 10배를 훨씬 넘는 일본도 지금까지 두차례밖에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LPGA 투어에서는 한국선수들이 이미 강세를 보인지 오래이다. 그러나 한국 남자도 '본바닥' PGA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최경주의 우승을 높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한 세기를 훨씬 넘긴 미국의 프로골프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로 불과 세번째인 최경주의 우승은 백인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PGA 투어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별한 존재로 인정되는 타이거 우즈를 빼놓으면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이 존재하는 PGA 투어에서 이른바 '유색 인종'이 이같은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와 인지도, 그리고 투어 내에서의 신분에도 커다란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그가 받은 우승상금 81만달러는 지난해 무려 29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총상금(80만326달러)을 단숨에 돌파한 것으로 현재 LPGA투어 상금 1위 아니카 소렌스탐의 올시즌 누적액(56만6천580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우리 돈으로 10억이 넘는 돈을 겨우 나흘간 일해 벌었으니 '거부(巨富)'로 가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번 우승으로 2년간 투어 출전권을 보장 받은 것은 지난 시즌까지 퀄리파잉스쿨 통과나 출전권과 관련한 상금 순위 유지에 신경써야 했던 최경주로서 커다란 신분상의 변화이기도 하다. PGA 투어는 수천억원의 상금을 놓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골퍼들이 경쟁하는데다 미국 전역은 물론 지구촌 곳곳으로 중계돼 상금, 인기, 상품성,역사 등 여러 면에서LPGA와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게다가 우즈의 등장 이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이제는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과 함께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이번 우승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최경주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 박찬호(29)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선수 중 가장 성공한 모델로 여기는 박찬호가 20승 투수 대열에 끼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올시즌 승수를 추가할 가능성이 높은 최경주는 인기와 상품성 면에서 박찬호를 능가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