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노조는 투쟁을 잘하는 노조가 아니라 교섭을 잘하는 노조.' 장석춘 LG전자 노조위원장(46)은 과거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을 지양하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산업평화 구현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평소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장 위원장은 책임있는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중시해 오고 있다. 올들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임단협 타결(2월)을 이끌어내며 '선(先) 경쟁력 확보,후(後) 성과보상' 원칙에 합의한 것도 이러한 그의 노사관에서 비롯됐다. LG전자는 1980년대 말 산업현장에 불어닥친 민주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었다. 현지 공장의 대규모 노사분규는 6천억원의 매출 손실로 이어졌으며 회사 경영은 낭떠러지로 밀려났다. 회사 존폐의 위기는 동반자적인 노사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값진 교훈이 됐다. 장 위원장은 1991년 노조 지부장으로 선출된 이후 국내 최초로 '노사(勞使)'가 아닌 '노경(勞經)'의 개념을 도입하며 노사 대립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버렸다. '제몫 챙기기식'의 노사관계가 아닌 회사 경쟁력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근로자와 경영진은 서로의 기능과 역할만 다를 뿐 동등한 입장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장 위원장은 근로자들의 경영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회사 경영을 이해하는 근로자만이 최고의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기적인 노경협의회 개최를 통해 경영현황 및 사업계획에 대한 정보를 전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투명한 성과급 지급기준을 만들고 현장 사원들의 복지개선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경관계의 변화는 13년 무분규 사업장의 기록을 이어가는 토대가 되며 참여와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사업장에 뿌리내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노경이 공동으로 '세계 속의 1등 노경, 1등 LG 실행선언문'을 채택, 노경협력을 지렛대로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가전 업체를 이루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장 위원장은 "우리 노조가 투쟁성을 잃었다고 여기저기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들이 한결같이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다"며 "불필요한 대립적 노경관계를 유발시키는 행위를 자제하고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는 조합활동에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