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환경과 날씨 ..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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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yang@samsung.co.kr
필자는 요즘 여름양복을 입고 다닌다.
달력을 보면 분명히 4월이고,여름이라 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날씨가 더우니 체면을 접고 때이른 여름 양복을 꺼내 입었다.
올 봄은 유난히 짧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년 봄에도 똑같은 경험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 겨울은 '포근한 겨울'이었고,초겨울까지 '가을모기'가 기승을 부렸다.
또 부산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눈이 쌓인 반면 같은 날 제주도에는 눈 대신 때아닌 벼락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어디 그 뿐인가.
작년 여름 날씨는 농민들에게 참으로 혹독한 시련이었다.
6월까지 비가 오지 않아 애간장을 녹이더니 곧바로 며칠 뒤에는 게릴라성 폭우로 인한 홍수와 뒤늦은 장마가 겹쳐 농민들을 울상짓게 했다.
거기에 연례행사가 되다시피한 적조(赤潮)현상 때문에 작년에만 1백억원 가까운 피해를 내 어민들까지도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97∼98년에 발생한 엘니뇨 현상은 세계 곳곳에 극심한 가뭄과 폭우 등 기상이변을 몰고와 약 41조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산피해를 일으켰다.
이같은 기후변화 내지는 기상이변의 공통적인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현상'이다.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가스가 온실의 유리처럼 지구의 열이 외부로 흘러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백4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하다 특히 80∼90년대 이후 눈에 띄게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WMO는 이것이 화석연료 사용에 의해 초래된 지구온난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잦은 폭우와 가뭄 등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특히 대기 오염과 난방열,자동차열 등이 합쳐져 도시가 더워지는 '열섬(Heat Island)현상'이 주원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잘살아 보자고 그토록 추구했던 산업화의 원동력인 화석연료가 기상이변의 모습으로 돌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인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 자체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두르고 태양열 같은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청정기술을 개발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
산림녹화를 확대해 온실가스 자체를 흡수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요즘 한창 재롱이 늘어난 손녀딸에게 내가 겪었던 인재를 또다시 물려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