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정부가 보유한 KT(옛 한국통신)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KT 민영화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8천8백57만주(28.4%),시가로 5조원이 넘는 물량을 한꺼번에 소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를 가진 재벌에 대해선 매각물량을 5% 이내로 제한한다'는 정부의 매각조건을 완화하려는 전술적 발언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우린 '관심없다'=삼성전자 IR(기업설명회) 담당 주우식 상무는 지난 19일 1·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KT 민영화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다는 게 삼성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KT 민영화와 관련,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SK텔레콤 고위관계자도 이날 "삼성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관심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참설이 먼저 나돈 LG그룹은 "LG가 불참한다는 것은 공식입장이 아니며 입찰 참여여부를 여러 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불참설을 적극 부인하진 않았다. LG는 계열사인 데이콤이 파워콤 입찰에 참여키로 결정함에 따라 KT 지분 매입에 나설 여력이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말 불참하나=이처럼 대기업들이 KT 지분 매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KT 주식을 사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각 2∼3년 후 지배주주가 나타나 민간기업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정보통신부 설명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더구나 '재벌이 KT마저 인수한다'는 여론도 대기업들이 입찰 참여를 꺼리는 한 요인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대기업들이 적어도 1∼2% 씩 KT 주식을 사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KT가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통신장비 업체의 최대 고객이므로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라도 일부 지분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게 그 근거다. ◆민영화에 큰 차질없다=이영주 대한투자신탁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KT가 대기업 불참을 감안한 민영화 전략을 마련하고 있어 대기업 불참선언이 KT 민영화 실패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통부는 KT 정부 지분을 △주식입찰(7∼9%) △교환사채(EB) 등 주식연계채권(13∼15%) △우리사주(5.7%) 등의 방법으로 매각한다는 방안을 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대기업이 전체 물량의 5% 가량을 매입하고 중견기업이 거들면 주식입찰을 통해 7% 정도는 소화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금리상승 기조하에서는 수익이 떨어지는 보유 채권을 팔고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KT의 EB를 사들이는 게 유리해 EB 매각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