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환 < 평택대 교수.경영학박사 > 세계적 컴퓨터업체들은 인터넷 시장의 맹주자리를 놓고 웹서비스 영역 선점 전쟁에 돌입한지 오래다. 이들의 싸움은 웹사이트에서 누가 더 많이 그리고 더 먼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에 있다. 이에따라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같은 IT 기술추세에 따라 자국어의 컴퓨터처리 최적화는 나라마다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일찍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산업에서의 경쟁력 저해 요소인 복잡하고 어려운 한자의 부수를 줄이고, 동시에 컴퓨터처리의 기억용량을 비약적으로 줄이는 간체자를 채택했다. 이같은 어문정책 덕분에 보다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PC사용자들이 크게 늘고 IT 소비시장 형성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초일류 컴퓨터관련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이 중국시장을 놓고 군침을 흘리며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과감한 어문정책은 디지털 시장 경영전략과도 맞아떨어져 경쟁력 제고와 함께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생존의 지혜로 평가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의 현재 IT산업 흐름은 컴퓨터기술이 주도하고 있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한문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기에는 양과 질 면에서 너무 '무겁다'는 인식을 가졌다. 무겁다는 표현은 한자의 처리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기억용량이 너무 많아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또 컴퓨터에 문자를 기억시켜 표시하는 정도의 단순한 작업조차 속도 면에서 영어에 크게 뒤지고, 방대한 기억용량의 한자를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컴퓨터산업 발전의 장벽이 됐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반면 중국과 문자 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정부의 다양한 컴퓨터 산업 정책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처럼 무거운 한자의 벽을 위기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자를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고 디지털혁명이라 불리는 컴퓨터기술 발전과 정부의 '전자 정부' 정책에 힘입어 영어나 중국 간체자와 더불어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간결한 한글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과 인터넷강국이 되는 기초가 되고 있다. 국가경제력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최근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인데도 대학생들이 기초적인 한자도 읽지 못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역대교육부장관 13명이 한자 교육 부활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한다. 만약 이 분들이 건의한 내용대로 한자사용을 늘리게 된다면 한글과 같이 컴퓨터 처리에 용이한 중국의 간체자를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럴경우 경제대국으로 발전해가는 중국과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