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의 대선후보 선출이 확실시됨에 따라 노 후보와 당(黨)간의 관계정립 방향에 대한 논의가 당내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엔 후보가 당총재를 겸했으나 민주당이 정당민주화를 위한 쇄신책으로 당.정분리를 도입, 후보단계부터 양자의 분리를 제도화했고, 당의 지도체제마저 집단지도체제로 바뀌는 등 제도적 여건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후보-당 관계정립이 새로운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양자의 관계정립이 필요한 항목은 12월 대선 정책공약에서부터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역할, 양대 선거조직과 재정 문제, 후보이미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하다.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무현 다듬기' 주장과 그에 대한 노 후보 일부 지지자들의 `노무현 망치기' 반론 사이의 논란도 이같은 틀속에서 조망할 수 있다. 이같은 논란은 노 후보의 정책이념에서부터 말투에 이르기까지 "과격.불안정 이미지를 순화시켜야 한다"는 측과 "그같은 보수화.세련화 주장은 노풍(盧風)에 대한몰이해에서 비롯된다"는 측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당과 조율.조화 방침을 밝히면서 "말도 좀더 조심하게 되고 아무래도 (정책도) 보수화쪽으로 변화할 것 같다"면서도 일부 원칙에 대해선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거 정책공약 = 국가보안법 개폐, 재벌정책, 사회복지노동정책, 대미관계 등에서 그동안 노 후보가 밝혀온 입장이 안정희구세력에 급진.과격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를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 후보도 자신의 국가보안법 폐지론 등의 입장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한 것일뿐, 입법은 국회에서 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된다고 내가 그렇게 할 힘이 있는 것은아니지 않느냐" "과거 독점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을 때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지금 생각하면 지나친 것들도 있다"며 정책제시때는 다양한 고려가 이뤄질 것임을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 후보의 이념 및 정책목표와 당의 현실론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다만 노 후보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원칙을 최대한 살리되 민주당의 중도개혁정당 색채를 고려, 당측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안정감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우세하다. ▲지방선거 = 새로 마련된 당헌.당규는 지방선거의 공천.선거조직.운동을 후보가 아닌 당 지도부가 주관하도록 하고 있고, 실제로 공천의 경우 대부분 상향식 공천방식으로 대선후보가 확정되기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어 후보의 관여도가 과거에비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실제 선거운동에선 노풍 등을 감안하면 당 스스로 노 후보에게지방선거를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영남권의 경우 노 후보 스스로 영남권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와 후보 재신임 문제를 연계해놓음으로써 노 후보가 지방선거 공천단계에서부터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후보가 "공식적으로 후보가 되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도 대선은 물론 특히 부산.경남의 지방선거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청권의 경우 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의 대선후보 경선 사퇴와 노 후보에 대한 `비협조' 입장까지 겹쳐 당 관계자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 후보로선 대선까지 감안하면 충청권에도 민주당 후보를 내는 게 순리이나,일각에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제휴.연대론을 주장하며 연합공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노 후보와 당 지도부가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선거조직 = 당은 27일 전당대회에서 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지방선거대책위및 대통령선거준비기획단을 조기 출범시키는 등 양대 선거체제로 전면 재편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노 후보가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대로 후보 비서실을 노 후보의경선캠프인사와 당의 중량감있는 인사들로 구성, 정책공약 및 홍보대책 등에 대한집중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측 관계자는 19일 "후보 비서실장은 선거 전략에 밝은 중량감있는 2-3선급 의원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당의 선거대책기구와 후보비서실을 중심으로 노후보와 당간에 이견이 있는 정책 조율에 서둘러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운동 조직의 경우 노 후보가 계보정치를 해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그동안 당내 조직을 갖출 만한 영향력도 없었다는 점에서 당 공조직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풍'의 진원지인 노사모를 비롯한 자발적인 지지자들의 자원봉사조직과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보 이미지 메이킹 = 정대철(鄭大哲) 이해찬(李海瓚) 의원 등이 노 후보 이미지 다듬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일부 지지층에선 지난 97년 대선때 김대중(金大中) 후보에 대한색깔론 공세를 희석시키기 위해 보수적 색채를 보강하고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만들어 나간 `뉴 DJ 플랜'과 같은 전략은 `노풍'을 가라앉게 만들 것이라며 반론을제기하고 있다. 특히 원칙과 소신을 기반으로, 복선을 깔지 않는 직설적 화법과 투박함, 솔직함등 자연스러운 서민 이미지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은 `재벌'이라는 표현을 `대기업'으로 바꾸라는 등의 당측 관계자들의 `조언'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