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 신인왕 타이틀 경쟁은 유례없는 투수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올해 프로무대에 첫 발을 디딘 신인들이 `투고타저'가 두드러진 가운데 거액 신인 투수들이 선발과 마무리를 당당하게 꿰차며 시즌 초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야구인생에서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는 신인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선수는 고졸신인 김진우(기아), 윤길현(SK)과 대졸신인 조용준(현대) 등 3명. 이중 올해 역대 고졸신인 최고액인 7억원에 입단한 `슈퍼루키' 김진우는 신인답지 않은 위력적인 투구로 초반 팀 순위 공동 1위에 올라선 `기아돌풍'을 주도하며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김진우는 올시즌 데뷔전인 지난 9일 현대와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더니 14일 SK전에서도 8이닝 동안 삼진 2개를 빼내며 3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돼 2경기에서 환상적인 0점대 방어율(0.64)을 기록중이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제4선발로 낙점된 김진우는 147㎞ 빠른 볼과 상대타자와 정면승부하는 두둑한 배짱까지 갖춰 신인왕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SK 마운드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윤길현도 무시할 수 없는 신인왕 후보다. 입단(계약금 2억8천만원) 당시 김진우의 그늘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윤길현은 올해 2번째 등판인 지난 12일 기아전에서 송곳같은 제구력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6이닝동안 1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어 제4선발 자리를 굳혔다. 신인왕의 또 다른 다크호스는 투수왕국 현대 마운드의 대들보 조용준. 계약금 5억4천만원에 입단한 조용준은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5경기(10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빼어난 피칭으로 1승1세이브를 올렸다. 특히 조용준은 올해 용병슬러거 코리 폴과 에이스급 투수 메르퀴 토레스의 가세로 전력이 극대화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경우 신인왕 투표에서 우승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대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아직 두각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마운드에서 제몫을 하고 있는 제춘모(SK), 강철민(기아)과 타자부문에서 주전을 노리는 이현곤(기아), 김민우(현대)도 올해 신인왕 경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투수들이 신인왕을 차지했던 지난 98년(김수경.현대)과 2000년(이승호.SK)에 이어 짝수해인 올해 다시 한번 투수 신인왕이 탄생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