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체들이 재고부족을 이유로 시멘트 공급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계절적인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이같은 현상은 심해질 것으로 보여 이달말께 일부 지역에서는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성신양회 등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최근 재고가 급감하면서 주요 수요처인 레미콘 업체들에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성신양회의 경우 출하량을 조정해 각 영업소에 요구물량의 70%씩 분할해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시멘트 한일시멘트 등 중소형 업체들도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창고에 보관할 틈도 없이 2∼3일에 한번씩 철도로 운송될 때마다 곧바로 출하하고 있는 형편이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철도로 공급되는 수도권 지역에서 공급제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멘트재고가 급감한 것은 올들어 건설수요가 폭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상 1∼2월은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날씨가 좋았던데다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이 맞물려 시멘트업체들은 재고를 쌓아둘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 1·4분기 시멘트업계의 내수출하량은 9백3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6%나 폭증했다. 이달들어서도 전통적인 성수기(4∼5월)인데다 최근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멘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오는 5월말에 개막되는 월드컵 경기 이전에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월드컵 특수'도 재고 급감에 한몫을 하고 있다. 시멘트업체들은 이에 따라 유휴설비까지 재가동하는 등 생산량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양시멘트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사용을 중단했던 1호기를 최근 가동한데 이어 아세아시멘트도 유휴설비인 2개 공장라인 중 1개 라인을 재가동했으며 다른 라인도 가동을 준비중이다. 나머지 업체들도 유지·보수하고 있는 라인을 제외하고는 설비를 1백% 운영하고 있다.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수급 불균형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기(工期)를 제대로 못맞출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급불균형이 지난 90년대 초반과 같은 '시멘트파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시멘트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당시 '주택 2백만호 건설정책'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시멘트 수요가 폭증하고 사재기 등 품귀현상이 빚어졌지만 올해는 그 정도로까지 불똥이 튀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동양시멘트 관계자는 "오는 5월말 성수기 막바지가 지나고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 수급 불균형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