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곧 화목한 가정이에요. 노사분규도 몰라요. 그래서 생산성은 쑥쑥 올라가죠" 충남 천안에 있는 반도체 기업 MEMC코리아. 국내 기업 중에서 사내커플이 가장 많은 회사다. 이 회사 사내부부는 모두 76쌍. 전직원(9백4명)의 17%인 1백52명이 같은 직장에서 '천생배필'을 찾은 것. 여성근로자 10명중 4명이 매일 남편과 출·퇴근을 같이 하고 함께 일한다. 올해만 14쌍의 '예비부부'들이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있어 연말에는 사내부부가 90쌍을 넘어설 전망이다. 아직 상당수 기업들이 사내커플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반해 MEMC코리아는 '사내커플'을 차별적인 기업문화로 장려하고 있다. 부인이나 남편을 직장동료로 두고 함께 일하다 보니 애사심도 2배로 커진다고 회사측은 자랑한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동료와 지난 99년 결혼한 HR팀의 이상수 대리(34)는 "생산성이 높은 결과 업계 다른 회사에 비해 급여 수준도 30% 높다"면서 "그래서 사내 결혼은 '복권당첨'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이 대리는 "회사라는 공통 대화 주제를 가질 수 있어 부부애도 더 두터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사화합을 다지는 데도 커플직원들 역할이 크다. 부부 직원 2명이 마치 한명의 조합원처럼 빠른 의견수렴을 해내기 때문에 사내 의견 통합이나 노사대화, 정보전달 등이 월등히 수월하게 이뤄진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장대현 기획관리 상무는 "회사에서 사내 결혼을 각별히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서로 업무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어 사내부부들의 노동 생산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여성근로자들에 대한 회사측의 배려도 남다르다.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에게 산전 산후 휴가는 물론이고 월 1회의 태아검진 휴가가 제공된다. 전체 여성근로자의 87%가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리휴가를 사용할 정도로 여성근로자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이 회사 여성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6.6년)는 동 업종(3.6년)보다 월등히 높다. 개발팀 김정화씨(25)는 "여성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결혼 적령기인 26세여서 모성보호법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다"며 "유산 사산 조산휴가까지 보장해 주는 회사의 배려를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노동부가 선정한 남녀고용평등 모성보호부문 우수기업으로 뽑힐 정도로 앞선 경영관리 능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장승철 대표는 "모성보호제를 충실히 운영하려면 기업 입장에서 다소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수한 여성인력을 장기간 활용할 수 있고 기업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MEMC코리아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MEMC(지분율 80%)와 삼성전자(20%)가 공동 출자해 세운 회사다. 반도체 칩의 핵심 소재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가 공동 선정한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1천8백23억원의 매출액과 1백9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천안=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