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2차 합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한미은행과의 합병방침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있고 한 때 중단된 듯 보였던 하나.제일은행간 합병도 다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신한.한미은행이 합병하면 자산규모 1백3조원짜리 초대형 은행이 탄생한다. 한빛은행(85조원)을 제치고 국민은행에 이어 총자산 2위 은행으로 도약하게 된다. '하나+제일은행'은 82조원 규모의 은행으로 변신한다. 한빛은행을 위협하면서 4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자산규모가 1백조원 안팎인 '공룡은행'이 4개로 늘어나게 되는 만큼 조흥 외환 등 다른 은행들도 생존을 위한 '덩치키우기'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신한+한미은행 =최영휘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JP모건을 주간사로 한미은행 대주주와 합병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두 은행간 합병 추진 사실을 당사자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사장은 "한미은행측이 일부 수용하기 어려운 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견을 줄여 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협상의 가장 큰 이슈는 가격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은행이 추진중인 2천2백만주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대해 "DR를 발행하면 그만큼 딜(거래)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는 말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미 DR 발행의 연기 또는 취소까지 숙의할 정도로 양측의 협상이 깊숙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은 "신한은행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아직은 합병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의 주변 흐름을 감지할 때 합병 성사가능성은 높은 편이라는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 하나+제일은행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신한.한미은행보다 하나.제일은행이 더 빨리 합병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하나.제일은행은 거의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미은행은 독자생존이 가능하지만 제일은행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느 쪽 협상이 빨리 끝날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뉴브리지의 대니얼 캐럴 이사와 웨이지얀 샨 이사는 지난 10일 김승유 하나은행장을 만나 합병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초 뉴브리지측에 제시했던 여러 조건들 가운데 일부에서 진척이 있었다"고 말해 합병논의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