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노무현 후보간 공방에서 비롯된 정치권 이념논쟁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총재의 `좌파적 정권' 발언을 계기로 여야를 떠나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야당과 청와대간, 여야 각각의 내부에서도 서로 격렬한 논란과 공방이 벌어지는 등 정치권이 일대 혼전에 휩싸이고 있다. 전윤철(田允喆) 청와대비서실장은 4일 이 전총재의 `좌파적 정권' 발언과 관련,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이념논쟁을 부추기며 국론을 분열시키고있다"고 비판하고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고 국민앞에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 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정부가 만약 좌파적 정권이라면 그 증거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근거없는 중상모략과 허위선전에 대해서는 법적인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는 그동안 여야간 합의를 하거나 영수회담도 하면서 상생의 정치로 국민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해 왔다"면서 "이 총재가 그동안 좌파적 정권과 상생의 정치를 해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총재는 그러나 경선사무실 개소후 "김대중 정부는 6.25를 실패한 통일전쟁으로 규정하고, 일방적인 대북지원을 하는 등 일련의 정책들이 다분히 좌파적 정책으로 비쳐져 국민이 불안해 하는게 사실"이라고 대여 이념공세를 계속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현정부는 준비안된 좌파적인 정책으로 대중을 끊임없이 선동 기만해왔다"면서 의약분업 공교육평준화 대북퍼주기 등을 현정권의 `8대 좌파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어 "재벌해체와 토지분배를 공공연히 주장했던 사람이 집권당 대통령후보로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며 보안법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노무현 후보의 `4대좌파적 주장'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좌파.우파를 따지고, 보수.진보로 나누는 이분법적 시대는 지났다"며 이 전총재의 이념논쟁 제기를 강력히 비판, 앞으로 야당 경선과정에서도 이념 또는 보혁논쟁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했다. 또 최병렬(崔秉烈) 의원측의 최구식 언론특보도 이 전총재의 발언에 대해 "여태까지 이 전총재가 해온 행동을 볼때 뜬금없는 얘기"라면서 "이 전총재가 실제로 해온 것은 보수세력의 단합.통합이 아니라 배제쪽이며, 결국 최병렬 후보가 보수인물로 비치니까 당황해서 보수적 이미지를 가로채려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가장 야비하고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대중선동주의가 바로 색깔시비"라며 "엉터리 색깔시비에 현혹될 국민은 없으며, 이회창씨는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야당이 주장한 `좌파적 정책'에 대해서도 "의약분업은 여야영수 합의로 법이 개정돼 시행됐으니 한나라당도 공동좌파 아니냐" "공교육평준화도 박정희 대통령이래 일관된 정책으로, 이회창씨가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낸 전두환 노태우김영삼 정권도 좌파정권이냐"고 반박했다. 노무현 후보는 경북 지구당 간담회에서 "빌라와 원정출산 등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바로 이회창씨가 갖고 있는 특권의식의 발로로 그는 서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이 전총재를 `수구 특권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반면 이인제 후보는 대구지역 지구당 순방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우리당의 노선을 곡해, 대선을 보혁구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사회계층간 적대감만 조장하거나 특정계층의 인기에 영합한 노선을 취하면 칠레,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가 나게 된다"고 노 후보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회창 의원은 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기 앞서 자신의 우파적 사상과 정책, 신념이나 `새로운 선택'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sangi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