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자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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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식남녀'(飮食男女ㆍ1995)엔 온갖 중국요리가 등장한다. 유명 요리사인 아버지는 혼자 세 딸을 키우지만 다 큰 딸들은 엇나가기만 한다.
그래도 아버지는 여전히 딸들을 위해 썰고 다지고 볶아 상을 차리고 함께 식사하는 동안 이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국내 영상물에 남자 요리사가 등장한 건 외환위기 이후다. 직장에서 퇴출된 남성들이 외식업에 관심을 갖게 된 영향인지 요리 관련 내용을 다룬 드라마가 늘어났다.
MBCTV 일일극 '온달왕자들'에선 맏아들이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자 애썼고, 미니시리즈 '맛있는 청혼'에선 아예 중국요리사끼리 솜씨 대결을 벌였다.
요즘엔 KBS1TV 일일극 '사랑은 이런거야'에서 장남 상범이 아내보다 음식을 잘 만드는 남편으로 나온다.
걸핏하면 부엌에 들어가던 상범은 직장을 그만 둔 뒤 식당에서 요리를 배우다 아버지에게 들켜 중단했지만 언젠가 훌륭한 조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드라마가 세태의 거울인 까닭일까.
의학도 출신이 조리사가 됐다고 해서 화제다.
부모가 모두 의사로 자신도 의대를 졸업했지만 미국 연수중 조리사로 변신, 호텔 주방에서 기초부터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요리 공부가 한창이다.
유명 요리학원의 경우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문전성시를 이루고 프랑스 미국 등으로 요리연수를 떠나는 사람도 많다.
요리전문 케이블TV인 푸드채널의 시청률이 높은 건 물론 푸드디자이너 푸드스타일리스트 쿠킹호스트 등 새로운 직종도 쏟아진다.
요리는 컴퓨터가 할 수 없는 마지막 분야중 하나라고 하거니와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입맛도 고급스러워진다.
입는 건 줄여도 먹는 건 줄이기 힘든 만큼 먹는 장사엔 불황이 없다고도 한다.
실제 외환위기 후에도 외식산업은 성장했다.
요리 열풍이 부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모쪼록 이런 바람이 외국요리에 치우쳐 우리 음식에 대한 연구가 소홀해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