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외환위기 이전 등급인 'A등급'을 회복함에 따라 경제전반에 상당한 상승효과가 예상된다. 다른 개도국들에 대한 한국경제의 차별화 현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만간 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할 피치나 오는 9월 방한할 S&P가 무디스의 뒤를 잇는다면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배경 =역시 한국의 실물경기 흐름이 좋기 때문이다. 상반기 6%로 기대되는 성장률이나 금융시장 안정 등이 신용등급 인상을 가능하게 했다. 9.11 테러 이후 세계 경제 침체는 비교적 건실한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적인 재평가 붐을 일으켰고 한국을 싱가포르 대만등 다른 아시아개도국들과 차별화시켰다. 무디스가 발표문에서 한국이 전자 자동차등 다양한 산업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IT(정보기술) 위주인 아시아국들과의 차별성을 지적한 대목이다. 실제로 작년 4.4분기 이후부터는 외국인 주식 매수자금이 급격하게 쏟아져 들어오는등 외국의 평가는 이미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무디스의 등급 조정은 시장의 움직임을 뒤늦게 나마 인정한 조치였던 셈. 신용등급이 두단계나 오른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주가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정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 시장의 힘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한국은 이미 'A' 등급 대우를 받고 있었다. 투자평가의 안내자 역할을 해야할 무디스로서는 시장의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는 등급수준을 더이상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신용등급이 각각 A3인 헝가리와 중국정부의 채권보다 낮은 금리, 즉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 26일 현재 외평채 10년물의 가산금리(미국 재무부채권 10년물 금리 기준)는 62bp였지만 중국채권은 95bp, 헝가리채권은 80bp에 달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연금기금(자산규모 1천5백10억달러)은 한국을 사실상의 A등급 국가로 분류해 왔다. 국제 단기자금들은 지난달 말부터 스와프거래시 한국의 국가위험도(적용금리)를 일본보다 낮게 적용해 왔다. ◇ 파급효과 =당장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은 신용등급이 두단계 올라갔다. 국민은행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등 간판기업들도 조만간 신용등급이 올라갈 게 확실시된다. 이들 기업은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등급을 부여받아왔다. 다른 시중은행과 기업들도 한두단계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자금조달 비용도 떨어진다. 재경부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1단계 상승할 경우 차입금리가 35bp정도 낮아져 매년 5억달러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이번 두단계 상승은 10억달러 이상의 이자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S&P와 피치는 무디스의 '선제공격'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됐다. 등급조정을 늦게 하기로 유명한 무디스가 자신들보다 한계단 앞서 가버렸으니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피치는 4월 하순께 새로운 등급을 발표할 예정이고 S&P는 오는 9월 방한일정을 잡아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