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갑(文熹甲) 대구시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전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간부인 김모(53)씨가 문 시장의 과거 선거참모 역할을 수행해 온 이모(65)씨로부터 가.차명계좌로 관리해 온 수십억 상당의 비자금 내역과 부동산 현황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건네받아 이를 한나라당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관료생활 중 부정하게 대가성있는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비자금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문 시장은 "친형제처럼 지낸 이씨가 지난 91년 대구서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때 모든 자금을 관리했기 때문에 비자금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알쏭달쏭한 말을 해 '비자금' 의혹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문제의 문건을 한나라당에 보낸 김씨는 건축.인테리어 업체를 경영하는 사업가로서 최근 문 시장과 관계가 소원해진 이씨를 설득해 비자금 관련 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는 또한 이 문건을 들고 시장실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 시장으로부터 "협박하지 말라"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자, 공개를 결심하게 됐으며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도 문건 사본을 이미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 김씨의 문건이 실제로 공개되면 문 시장의 한나라당 시장경선 불참 선언과 맞물려 대구시장 선거 구도 등 지역 정치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문 시장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을 벌이기로 하는 한편 사건의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검찰이 단서를 포착하는 대로 본격수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이 사건은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한편 `비자금 관련 문건'에는 가.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관리 내역외에도 타인명의의 남구 대명동 주택 소유와 제주도 땅 매입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연합뉴스) 문성규기자 moonsk@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