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초 형인 허영선(56) 전 삼립식품 회장의 경영참여로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났던 허영인(53) 현 태인샤니 회장이 20여년만에 가업(家業)의 경영권을 되찾을 전망이다. 태인샤니의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이 주축을 이룬 파리크라상 컨소시엄은 지난 9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중인 삼립식품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파리크라상 컨소시엄은 11일 오후 삼립식품과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다음주부터 2주간 자산 실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인수가액은 1천60억원. 태인샤니 관계자는 "5월말께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영인 회장의 태인샤니 주력 계열사가 삼립식품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허창성 전 명예회장이 해방직후인 1945년 창업한 삼립식품의 경영권은 20여년의 우여곡절 끝에 차남인 허영인 태인샤니 회장이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창업자인 허창성 전 삼립식품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영인 태인샤니 회장은 현재 샤니 파리크라상 BR코리아 등을 거느리고 있다. 지난 98년말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삼립식품은 지난 97년 부도를 맞았다. 창업자인 허창성 전 삼립식품 명예회장이 장남인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에게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한지 20년이 못돼 가업(家業)이 중단될 위기에 봉착했던 것. 이날 허영인 회장의 태인샤니가 삼립식품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80년대 초 이후 계속돼온 형제간 경쟁에서 일찍부터 베이커리 사업에 몸담았던 동생이 가업을 이을 유리한 위치에 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98년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형과 달리 동생인 허영인 회장은 현재 제빵.제과 생산회사인 (주)샤니를 비롯 "파리바게뜨"란 체인으로 잘 알려진 파리크라상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아이스크림 업계를 평정하고 있는 베스킨라빈스 사업을 하는 BR코리아도 그가 거느린 회사다. 태인샤니측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5천억원대에 달했고 순이익도 수백억원대에 달하고 있다.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형제간의 갈등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고를 나와 미국 스탠포드대로 유학길에 올랐던 장남이 귀국한 당시만도 삼립식품의 경영권은 동생이 승계할 가능성이 높았다. 학업에 뜻을 뒀던 장남과 달리 차남은 경희대 재학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 삼립식품을 이끌어오다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상태였기 때문. 하지만 형이 귀국한 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형제간의 갈등이 불거졌고 허창성 회장은 결국 장남을 가업을 이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동생은 성남공장만 물려받은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83년 샤니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분의 1에 불과한 회사였다. 이후 허영인 회장은 집안과의 인연을 끊다시피하며 사업에만 몰두했다. 식품사업에만 주력하는 외길 경영으로 20여년만에 샤니 파리크라상 BR코리아(베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운영)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5천억원 규모의 태인샤니 총수가 된 것이다. 반면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물려받았던 허영인 회장은 지난 90년대 중반 리조트개발사업 등에 무리하게 진출하다 97년 부도를 내고 말았다. 아버지가 창업한 국내 대표적인 제과.제빵회사의 경영권은 결국 동생이 20여년 만에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