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국내 최대 규모(우승상금 4천5백만원)의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 초대 챔프 자리에 올랐다. 조 9단은 지난 7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1기 KT배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신예 최철한 4단을 맞아 2백68수만에 흑18집반 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승1패로 대망의 우승컵을 안았다. 조 9단은 이번 우승으로 국수전과 함께 국내 기전 2관왕에 올랐다. 이날 결승 3국은 1,2국 때와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양 대국자의 기세가 충돌하면서 관전자들에게 싸움바둑의 묘미를 1백% 보여준 흥미 만점의 일국이었다. 초반 우하귀에서 불붙은 전투가 중앙으로 번지면서 바둑판은 순식간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전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관록과 노련미에서 한 수 위인 조 9단에게 미소를 보냈다. 조 9단은 우중앙의 흑 24점을 버림돌로 활용하는 '초대형 사석작전'으로 좌변에 철벽을 쌓은 다음 좌변 일대에 무량 대가의 흑진을 구축하면서 일거에 승세를 확립했다. 이후 최 4단이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역전을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으로 20집이 넘는 대차였지만 그래도 끝까지 계가를 한 것은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수순을 이어가던 최 4단이 돌을 던질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 최 4단으로서는 엄청난 대마싸움에서 이기고도 승부에서는 패해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사이버기원에서 인터넷 해설을 맡은 강만우 8단은 "두 대국자 모두 긴장한 탓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근래 보기 드문 박진감 넘치는 명국이었다"고 평했다. KT배는 제한시간 20분에 초읽기 3회가 주어지는 초속기 기전으로 여느 대회보다 이변이 많았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이창호 9단과 유창혁 9단이 32강전과 16강전에서 '반상의 손오공'인 서능욱 9단에게 일격을 맞으며 일찌감치 탈락했다. 연속해 대어를 낚은 서 9단은 내친김에 생애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최 4단에게 고배를 들면서 결승 진출 꿈이 좌절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