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평양의 미용지 "향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외보이자 첫 미용지였다. 1958년 "화장계"로 출발해 최근 지령 4백호를 맞은 향장이 발표한 "한국 여성 화장의 역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의 변천을 살펴본다. 1950년대:아름다움에 눈뜨다 1953년 제 1회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리면서 여성들은 패션과 미용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6.25전쟁후 미국문화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외제 화장품과 서양식 화장법이 인기를 끌었다. 화장은 다소 인위적인 메이크업이 많았다. 아이라이너를 길게 빼고 얼굴 윤곽을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드리 헵번과 마릴린 먼로가 닮고싶은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입술은 새빨갛게,마릴린 몬로처럼 애교점을 찍은 여성들도 눈에 띠었다. 짧은머리가 대유행하는 한편으로 긴머리를 하나로 올려묶어 길게 늘어뜨리는 포니테일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다. 흰피부를 선호해 "백분"을 너도나도 발랐고 프랑스 코티사와 기술제휴한 "코티분백분"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1960년대=메이크업에도 유행이 있다 미국에서 귀국한 가수 윤복희가 무릎위로 올라오는 미니스커트로 사회적 충격을 주면서 여성들의 복장에 일대 변화를 몰고왔다. 너도나도 짧은 치마를 입기 시작했고 급기야 당국은 풍기문란을 문제삼아 치마길이를 단속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60년대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눈이었다. 눈썹은 두껍게 그리거나 아예 밀어버렸고 속눈썹을 아래 위로 진하게 붙이고 마스카라를 많이 바르는게 유행이었다. 분홍빛이 도는 건강한 피부색이 주목받으면서 볼에 소녀처럼 홍조를 띄게 하는 화장이 유행했다. 입술은 선을 강조하고 연한 핑크펄 립스틱을 바르거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곤 했다. 문희 윤정희 남정임 트로이카가 유행을 선도했던게 바로 이때였다. 헤어스타일은 불룩하고 과장된 모양이 많았고 젊은이들은 긴생머리로 발랄함을 즐겼다. 1970년대=남성들도 "화장"을 하다 대학생 통키타 청바지 문화가 지배했던 70년대엔 장발의 대학생이 유행에 앞장섰다. 미니스커트가 여전히 인기였고,긴 생머리의 여대생이 미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화장이 보편화되면서 남성 스킨 케어 제품이 등장했다. 여성 화장품은 단순히 보습이 아닌 피부 노화 방지등 기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여성미를 추구하면서 반짝이는 펄화장이 대단한 인기를 모았다. 광대뼈를 강조하기 위해 얼굴 윤곽을 그렸고 입술은 라이너를 꼼꼼하게 사용한후 립스틱위에 립글로스를 덧칠했다. 눈두덩에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를 바른 탤런트 사진이 전국 방방곳곳에 나붙었다. 머리모양은 요새 인기있는 바람머리가 유행했다. 1980년대=화장품 광고모델을 선망하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심리가 높아졌다. 여성들은 미용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첫 교복 자율화 세대는 개성있는 차림을 즐기는 자유를 만끽했다. 복장은 어깨에 패드를 넣은 과장된 디자인이 주류였다. 컬러 TV의 영향으로 색조 화장과 얼굴의 윤곽을 살리는 입체 화장이 전성기를 맞았다. 핑크와 오렌지,블루와 그린같은 알록달록한 색상이 주조였다. 여성들 사이에 연예인들의 화장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화장품 광고 캠페인도 부쩍 활발해졌다. 고농축 영양 유액인 에센스,한방 화장품등 고급화가 본격화됐다. 남녀를 불문하고 핀컬파마가 유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1990년대=오렌지족,락카페,PC통신,인터넷... 성과 자유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망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패션이나 메이크업등 유행스타일이 급속한 속도로 변했다. 유행과 상관없이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스킨 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져 기능성 화장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백,주름관리등 다양한 기능을 내세운 고가 화장품들이 개발됐고 "스킨케어 제품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레티놀 제품의 붐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천연성분이나 식물원료를 사용한 자연지향적인 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2000년대=한 듯 안한 듯. 과장되고 진한 화장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내추럴 메이크업이 선호되고 있다. 전형적인 미인형보다 개성있는 외모를 가진 여성들이 21세기 미인상으로 대두되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을 앞세워 "코스메디컬"(의학+화장)을 표방한 메디컬 화장품과 순식물성을 표방한 자연주의 화장품이 화장품 시장을 양분하는 분위기다.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이 지속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산삼 인삼등의 성분을 가미한 한방 화장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