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대남담당 비서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김정일 당 총비서와 함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가 김 총비서를 수행한 것은 지난해 1월 1일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이후 1년2개월만의 일이어서 눈길을 끈다. 2000년의 44회를 비롯해 과거 김 총비서의 공식활동에 그림자 처럼 수행하던 김비서가 지난 1년간 김 총비서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일부에서 실권설 등 무성한 추측이 나돌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용순 비서는 지난해 휴전협정 체결 48주년(7.27)을 맞아 고위간부들과 함께 대성산혁명열사릉에 헌화한데 이어 평양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열린 `2001 민족통일 대축전' 개막식 및 만찬 등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같은 의혹을 일축시켰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새로 부임한 안드레이 카를로프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를 만났으며 올 연초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당ㆍ정ㆍ군 고위간부들과 함께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등 비교적 꾸준히 공식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순 비서의 동정이 새삼 주목되는 것은 그가 오랫만에 김총비서 지근거리에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측근들을 데리고 다니기 좋아하는 김 총비서의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김용순비서가 김 총비서 주변에서 한동안 멀어졌다가 1년2개월만에 다시 수행원으로 나선 것은 분명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북한 내부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 비서가 그동안 김 총비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은 업무 등으로 인해 김 총비서로부터 질책을 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북한당국은 고위간부들이 업무나 사생활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여러가지 방식으로 처벌을 하는데 김 총비서 최측근들의 경우 일차적인 처벌은 주로 김 총비서의 수행원 명단에서 제외시키거나 사적인 모임에 참석을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경우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자아비판을 하면서 불가피한 대외활동이나 주요행사에만 참석할 수 있도록 제한하거나 맡은 업무만 그대로 수행토록 하기도 한다. 또 북한 고위간부들 사이에서는 김 총비서 수행과 그의 사적 모임에의 참석 여부가 김 총비서의 신임을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김 총비서 수행을 금지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측근 길들이기'라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따라서 김 비서가 이번에 김 총비서를 수행해 총련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것은 김 총비서의 신임이 회복된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이같은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그가 당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직책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했을 수도 있으므로 앞으로 그의 동정을 더 지켜봐야 김 총비서의 신임 회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