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0:16
수정2006.04.02 10:19
우리나라 세시풍속(歲時風俗)에서 보름(만월)이 갖는 의미는 아주 큰 것 같다.
우선 정월 대보름이 그렇고,큰 명절로 여기는 추석과 백중도 보름날이다.
그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은 풍속행사가 단연 많다.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아 농사를 짓는 음력사회의 첫 보름달이니 그럴만도 하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대보름에도 섣달 그믐날처럼 수세(守歲)하는 의미로 밤새 온 집안에 등불을 켜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한해의 시작으로 간주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도 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하여 신년의 출발로 생각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시절부터 대보름을 8대 축일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정월 대보름은 한해의 무사태평을 빌고 재앙과 액을 막는 명절로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대보름날 새벽에는 땅콩이나 밤 등 부럼을 깨물며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또 1년 내내 기쁜 소식만 전해달라며 부녀자 애들 할 것 없이 귀밝이술(耳明酒)을 마신다.
전날 저녁에는 오곡밥을 지어 이웃과 나눠 먹고,가을에 손질해 둔 갖가지 나물들을 삶아 기름에 볶아 먹기도 한다.
한 해의 재난을 멀리 보낸다는 뜻에서 연날리기를 하는가 하면,더위팔기 사자놀음 횃불싸움 놋다리밟기 등으로 하루를 즐긴다.
이같이 보름달은 풍요와 기원(祈願),나눔의 시작이었다.
온갖 괴물이 출현하는 으스스한 서양의 보름달과는 그 정서가 전혀 다르다.
존 F 케네디 미국대통령이 "우리는 기어이 달에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외치던 정복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달속에서 이태백이 놀고,계수나무 밑에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낭만은 사라졌지만,아직도 둥실한 달은 우리 마음속에 아련한 그리움과 동경으로 남아 있다.
요즘 온갖 게이트다 파업이다 해서 온 나라가 온통 들썩거리고 있다.
오늘 밤 보름달을 보며 올 한해 자신과 가정,국가의 융성을 빌어보면 어떨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