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사는 인적이 드문 산간 지방이나 바닷가에서 행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이 지난해말 부산시 SOC사업으로 준공한 "수정산 터널"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도심 한가운데서 이뤄졌다. 낮시간대에 3분 간격으로 경부선 열차가 현장 위를 통과하고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심의 중앙로 및 가야로가 현장과 맞닿아 있다. 이에 따른 공사 진행에 문제도 많았지만 부산시 시공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목받은 현장이다. 수정산터널은 부산항과 내륙컨테이너기지 및 경부.남해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제3도시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이다. 부산진구 가야동에서 동구 좌천동 구간을 연결하는 2.33km의 2차선 쌍굴터널이다. 쌍용건설은 호주 투자은행인 맥쿼리뱅크 그룹으로부터 1백% 외자유치에 성공,SOC사업에 해외 자본이 유입된 첫 케이스다. 공기 55개월 동안 구용본 현장소장 지휘 아래 전 직원이 흘린 땀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12월 10일 개통,자동차가 수정산터널을 시원스레 달린다. 하지만 본격 공사에 돌입하기 전부터 적잖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시기반 시설들인 한전주 지장수목 한전지중배선 상.하수도 등 많은 지장물(地障物)을 조사해야 했다. 유관기관과 끈질긴 협의 끝에 시설물들을 이설한 후에야 비로소 공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지난 97년 첫 삽을 뜬 이래 높이 10~13m 중력식 옹벽 및 역T형 옹벽에 대한 시스템폼 기안,가야고가 교량 강교(鋼橋)설치작업,태광산업부지 내 공장 철거작업,현장타설 말뚝작업 등 만만치 않은 일들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심야시간대 3시간을 이용한 경부선 횡단 강교설치 작업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도심지 공사인 탓에 민원도 많았다. 야간 작업을 피해달라는 요청부터 아침 작업시간을 늦춰달라는 주문,공사에 따른 인근 빌딩내 차량진입이 힘들다는 민원,심지어 공사와 무관한 인근 건물의 균열까지 보수해달라는 민원까지 잇따랐다. 쌍용건설 직원들은 민원인 입장에서 원만하게 처리해 나가다보니 어느덧 지역 주민의 일원이 됐다. 터널공사 구간 위쪽에 1천여 가구의 주택이 있는 데다 터널최상부에서 지반까지의 높이인 토피고(土皮高)가 30~40m에 불과해 일반 발파공법 대신 무진동 굴착공법,겔튜브를 이용한 발파공법 등이 적용됐다. 무진동 굴착공법은 특허 및 실용 신안을 얻었으며 본사내 기술 관련 직원들이 현장에 적용한 기술 및 아이디어를 내는 기술경연대회에 참여해 2회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쌍용건설은 이밖에도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건설,부산 다대동 홍티마을 공영개발,서울~하남간 경전철건설 등의 SOC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