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순방중에 내놓은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 부시 대통령이 '최고수뇌부'(김정일국방위원장)와 북한체제를 악랄하게 중상모독 했다고 비난하고 "우리 체제에 대한 부시의 망발은 그 체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우리 인민의 민족적 감정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와의 대화부정 선언이나 같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 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면서 침공의 구실만을 찾기 위해 제창하고 있는 그런 대화는 필요없다"며 "우리는 우리 제도를 힘으로 변경시켜보려고 망상하고 있는 부시 패거리와는 상종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 북미관계가 일정기간 냉각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순방과 대북대화 제의 등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가 처음이다. 대변인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아시아 행각기간 미국 대통령 부시는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며 우리를 힘으로 압살해보려는위험천만한 기도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또 "부시가 줴치기(말하기) 좋아하는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요, 기아요 하는 문제들도 다 다름아닌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추구하며 반세기 이상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경제적으로 봉쇄해온 결과로 산생된 문제들"이라고반박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함부로 건드리고 우리 제도를 헐뜯은 데 대해서는 그가 설사 인간으로서의 초보적인 이성마저 잃은 사람이든 정치적 미숙아이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와 함께 "우리 군대와 인민은 우리를 힘으로 굴복시켜 저들의 울타리 안에 끌어넣으려는 자들과는 우리 식대로 끝까지 강경대응해 나갈 것이며 일단 우리를 건드리는 경우에는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관련, "북한측의 첫 공식 반응은 일단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내부용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이번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대화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화를 수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남북대화 재개 문제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