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자) 출자규제, 왜 그토록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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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정부의 출자총액에 대한 규제완화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출자총액 규제완화 문제는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에 대한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지난해 연초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논란만 거듭하다 연말에 가서야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출자만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행령 개정에서 구체적인 예외인정 범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해 법개정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폐지돼야 마땅한 규제를 사실상 원형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모법의 개정취지를 하위법인 시행령이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바에 따르면 '동종 영위업종'과'밀접한 관련업종'에 대한 출자는 예외를 인정하고,정보통신·생명공학·대체에너지·환경산업 등 4대 분야의 신기술을 기업화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출자하는 경우에만 출자총액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기업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규제완화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동종 영위업종'을 산업분류상 중분류기준 매출액 비중 25% 이상으로 정할 경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 몇이나 되는가.
'밀접한 관련업종'을 피출자회사와 거래비중 50% 적용시 주요기업의 총출자금중 16% 정도만 적용이 제외된다는 전경련의 조사결과도 있다.
더욱이 예외가 인정되는 미래성장산업을 4대분야로 한정하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미래성장산업을 누가 무슨 기준으로 예단할 수 있단 말인가.
국회가 출자총액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취지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했으면 정부가 그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무시하고 출자총액 규제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정위는 오로지 자기 권한유지에만 관심이 있지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모법의 개정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폭 수정돼야 마땅하다.
아울러 국회는 대표적인 낡은 규제인 출자총액 제한을 폐지하는 문제를 시급히 재론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행위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정부가 이 지구상에 어디 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