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경기는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난은 완화될 기미가 안보인다. 외환위기 전 고도성장기의 20,30대는 신세대,X세대로 불리면서 기성세대와 차별되는 돌출행동으로 그들의 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들 신세대는 IMF 이후 '화려하게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성 같다'는 의미의 '유성세대'로 전락했다. 신규 대졸자들 상당수는 자신의 귀책사유없이 '희망에 찬 출발을 할 기회'를 박탈당해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졸업후 2∼3년 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경우 이들은 장기 실업상태에 빠지면서 사회불만계층으로 전락해 사회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취업이 됐다하더라도 한 기업에 뿌리를 내려 정착하기보다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강요당하면서 여러 직장을 전전하는 '유목민 같은' 직업경로를 갖게 된다. 그동안의 평생직장 연공서열제라는 고용 인사관행이 무너진 탓이다. 대졸 취업난이 심각해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이 저조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고용창출능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원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1985년에는 1백21명이 필요했으나,98년에는 24.7명밖에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충분히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져야 하나,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이 오히려 떨어졌으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교육정책과 노동정책의 연계가 부족한 것도 대졸 취업난을 가중시켰다. 우리 나라의 대학진학률은 95년엔 51.4%였는데 2000년에는 68%로 높아졌다. 즉 시장의 수요는 고려하지 않고 대학 교육의 양적 확대를 지향해 온 정부의 대학정책이 현재의 대졸 취업난에 일조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야 인정해 주는 사회풍조'로 인해 대학문호 넓히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욕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졸업 이후'라는 본질을 외면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인턴사원제 확대 등 정부의 대졸 취업 대책도 단기적으로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대졸 취업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우리 나라도 유럽과 같이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청년층 취업난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졸 취업난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대해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넓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현재 잠재성장률은 연 5%다. 그러나 노동시장 참여자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는 연 6∼7%는 성장해야 한다. 전통산업의 IT산업화,정보통신기술,생물산업기술 등 미래의 신기술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양적 확대정책을 재검토하고 기본 목표도 재정립해야 한다. 학부제로 대표되는 교육수요자인 학생의 '선택권 강화'가 오히려 대학교육의 부실을 가져오고,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좋은 학점이 취업의 기본 조건이라는 인식을 갖고 학점따기 유리한 과목만을 수강한다. 그 결과 IT관련 학과 졸업생들조차 기초가 부실해 취업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장, 즉 사회가 원하는 인력을 양성해내야 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방향이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우선과제는 기초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현장 적응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돼야 한다. 일시적 인력감축→기업 및 근로자의 경쟁력 제고→신규 고용창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노동시장이 조성돼야 한다. 10%라는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우 중년층의 실업률은 5∼6%이나 청년층의 실업률은 25%가 넘고 있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돼야 대졸자를 포함하는 청년층 실업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ybpark@hansu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