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라이벌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이 오랜만에 맞대결을 펼친다. 조 9단과 서 9단은 5일 국내 최대 기전인 제1기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우승상금 4천5백만원)에서 결승행 티켓을 두고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치르게 됐다. 서 9단은 본선 1회전에서 세계 여류 최강 루이나이웨이 9단을 물리친 데 이어 윤현석 6단,김영환 6단,한종진 4단 등을 차례로 물리치고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반면 조 9단은 이용수 2단,이현욱 4단.최문용 3단,이용찬 3단 등 비교적 손쉬운 상대들을 연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올드 바둑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조 9단과 서 9단은 70∼80년대를 풍미한 한국 바둑계의 거목. 이 시기에 치러진 각종 타이틀전에서 조와 서의 이름이 빠진 경우는 거의 없다. 두 사람이 치른 대국수도 세계 기네스북 감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총 4백54차례 겨뤄 조 9단이 2백38차례 이겼다. 두 기사의 대결이 뜸해진 것은 이창호와 유창혁이라는 또 다른 걸출한 기사가 등장하면서부터. 여기에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목진석과 이세돌 등 겁없는 신예들도 두 사람만의 대결 횟수를 용납치 않고 있다. 여기에는 서 9단의 성적 부진도 일조(?)하고 있다. 나이 50에 '전신' '화염방사기'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각종 기전에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 9단과 달리 서 9단은 지난 99년 LG정유배를 한 번 차지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못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적은 서 9단이 앞서고 있다. 통산 전적에서는 서 9단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지난 2000년 이후 네 번의 대국에서는 조 9단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기전은 제한시간 20분에 초읽기 3회가 주어져 승부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속기전은 제한시간 3∼4시간짜리 기전에 비해 아무래도 당일 컨디션 등 경기 외적인 변수에 많이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