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경영'과 '이익우선'. 내실있는 굴뚝산업의 전유물같은 모토다. 하지만 첨단 벤처업계에서 이를 실현해 낸 기업이 있다. 그것도 초일류 닷컴기업들의 가장 격렬한 생존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뉴욕의 실리콘앨리에서. 11살때 미국으로 이민온 송우석 인트라스피어(www.intrasphere.com) 회장(37)이 바로 이같은 신개념 벤처를 일궈낸 주인공이다.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회계법인 딜로이트&투시는 정보시스템 컨설팅업체인 이 회사를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Shooting Star)'로 선정했고 언스트&영은 송회장을 '올해의 기업인(기술부문)'으로 뽑았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최대경제주간지 크레인 뉴욕비즈니스는 2월 3일자에서 뉴욕지역 소프트웨어기업중 10위로 랭크시켰다. IBM(1위) ADP(2위) CA(3위)등 세계적인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셈이다. 97년 미국인 파트너와 함께 단둘이 창업한 이 회사는 이제 직원수 1백4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첫해 50만달러에서 지난해 1천8백만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3천만달러를 예상한다. 그러나 이 회사가 스타기업으로 떠오르는 진짜 이유는 이같은 '성장 속도'가 아니다. 외부의 투자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은데다 창업초부터 꾸준히 매출의 15%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는 '성장 내용'때문이다. 뉴욕 월스트리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송 회장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투자를 받거나 IPO(기업공개)를 하면 당장 큰 돈을 만질수 있겠지만 지금은 회사를 내실있고 든든하게 키울 때"라며 "2-3년보다는 20-30년을 내다보고 회사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세계최대의 제약회사인 파이자,'해리포터'로 유명한 스콜라스틱 출판사,신용카드회사인 매스터카드등 주요 거래선들의 면면이 이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말해준다. 이들 거대 다국적기업에 대한 공략방법은 일반 대형 소프트웨어회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이른바 '3D'업무를 해결해주는 것. 예컨대 여러차례의 합병으로 컴퓨터시스템이 복잡한 화이자에게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지 않고도 e-커머스를 할수 있도록 해주거나 매스터카드의 경우 수많은 중소 가맹점들과의 수수료비율을 결정해주는등 '틈새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콜라스틱의 경우 재고관리와 판매예측을 해주고 있다. 송 회장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성장은 결국 좋은 인재 확보에 달려있다"며 "뛰어난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어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또 "뇌물이나 편법을 요구하는 업체와는 그 자리에서 거래를 끊는다"며 "좋은 직원, 좋은 거래선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10년후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다 곧바로 사업에 뛰어든 그는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즐기는 사람이 높은 성공확률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