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대졸 신입사원 9명을 선발한 중견통신업체 S사의 김모 사장(42)은 내년부턴 인건비가 더 들더라도 경력직을 뽑기로 채용방침을 바꿨다. 김 사장은 "대졸신입을 뽑으면 몇달씩이나 선임자가 붙어 일일이 설명하고 가르쳐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며 "명색이 무역학과를 나왔다면서 신용장개설이나 통관업무에 대한 기초실무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불신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기업에는 별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배재대 공주대 등 위기를 느낀 일부 대학들과 산업자원부까지 나서서 '업무수행능력에 문제가 있는 졸업생은 리콜'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지만 산업현장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이다. 신입사원들 스스로도 현장 적응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지난해 9월초 모 대기업에 입사한 박정현씨(29)는 요즘 일요일에도 매주 회사에 출근해서 자신의 절박한 고충을 이해해 주는 선배로부터 '보충수업'을 듣고 있다. 박씨는 "'경영학과 출신이 그것도 몰라'라는 꾸지람을 들을 때면 4년간 학비를 꼬박꼬박 받아챙긴 출신대학이 원망스럽다"고 푸념했다. 인터넷채용정보업체인 잡링크의 김현희 실장은 "인터넷을 통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구인기업의 대학교육 만족도가 10∼20%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계기업이 오래 전부터 신입사원 선발을 기피했던 이유도 이같은 한국의 대학교육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LG구조조정본부 인사지원팀의 박해정 과장도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각 계열사나 사업부의 독립성과 채산성을 강조하다 보니 바로바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경력직 사원을 우대할 수밖에 없다"며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1∼2년 교육시킨 뒤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기업들이 매년 새로 채용하는 기술인력 7만명에 투입하는 교육비가 2조8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2천5백명에게 3개월간 교육을 시키는데 70억원을 들였고 SK텔레콤은 신입사원 3개월 평균 교육비가 1인당 1천만원에 달했다. 전경련 산업조사본부의 이인렬 상무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통상 3개월 정도의 신입사원 재교육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산업현장의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론 중심의 비현실적인 대학교육 때문에 인적 자원의 질이 떨어져 기업의 재교육비가 급증하고 산업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