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파행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건강보험재정은 타격을 입게 된다. 보험료 인상 시기가 늦어질수록 적자는 늘어난다. 적자를 메우려면 당초 계획보다 인상률을 높여야 하지만 이경우 가입자로부터 더 큰 반발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2006년까지 건강보험재정을 흑자로 돌려세우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달성되기 어렵다. 복지부는 지난해 5월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의 보험료 인상률은 9%,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의료수가 인상률은 3%로 가정했다. 이 정도는 돼야 그나마 5년안에 재정건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반대로 3월분부터 인상키로 했던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면 3월이후 매달 7백억원 가량의 보험료가 목표보다 덜 걷히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해 복지부는 "2월말까지만 인상안이 결정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의약업계와 시민단체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같은 ''전망''은 ''희망''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현기용 보험이사는 "위원회의 구성은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이 유지되는 한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의약계 대표 8명 전원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경실련 김대훈 간사는 "공익대표문제가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다"며 "복지부 내부에서 공익대표 선정에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하려 한다는 얘기도 들려오는데 이럴 경우 파행운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숱하게 많다. 가입자와 의약계, 정부 등 극히 이질적인 3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과연 목표한 만큼의 보험료율 인상안에 합의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경실련 민주노총 등 가입자대표는 의료수가 인하 없이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협회 등 의약계 단체들은 적정한 수준의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건보재정 건전화를 위해 의료수가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엔 지난해 벌어졌던 의약업계의 극단적인 단체행동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