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9세기 말부터 2차대전에서 패망하기까지 한반도 곳곳에서 최소한 10만점의 문화재를 약탈해 갔으나 반환은 요원하기만 하다고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타임은 또 2차대전 종전 직후 일본 점령군 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약탈문화재의 반환에 반대했다는 사실이 미 문서보관소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타임 아시아판 최근호(2월4일자)는 일본의 약탈자들과 관변 고고학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왕과 왕비의 무덤을 파헤쳐 금 세공품과 옥 장식, 청자, 돌조각품, 탑 등 유물을 닥치는대로 약탈해간 것은 물론, 사찰들에서 값으로 따질수 없을만큼 귀한 사리함들을, 도서관들에서는 수만점의 서책들을 일본으로 실어날랐다고 지적했다. 약탈된 문화재들 가운데 개성에 있는 고려 귀족들의 무덤에서만 발견되는 청자와 같이 최고로 엄선된 물품들은 천황에게 진상됐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이밖에 고대 도자기들과 창(槍) 등의 유물도 일본 유수의 대학들의 진열대나 창고로 사라졌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타임은 해방직후 개성의 도굴현장을 찾았던 당시 국립박물관 직원 황수영(83)씨의 증언도 소개했다. 황씨는 "고분이 텅빈채 파헤쳐져 있는 것을 봤다"면서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그들이 총으로 위협해 내 선조들의 무덤을 파헤쳤다''는 말을 했다"고 회고했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서방에서는 각국 정부와 박물관들이 나치가 약탈해간 문화재를 반환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시아의 옛 일제 식민지, 특히 한국에서는 이와같은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타임은 특히 일제가 약탈해 은닉해둔 금괴에 대한 논의는 분분하지만 약탈된 문화재와 예술품들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타임은 일제의 문화재 약탈 문제가 덮여버린데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으며 약탈 문화재를 반대한 핵심 인사는 바로 일본 점령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이었다고 밝혔다. 이 잡지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1948년 맥아더 장군의 라디오 연설 녹취록에 따르면 맥아더 장군은 "나는 군사행동과 점령의 결과로 상실되거나 파괴된문화재의 원상복귀에 관해서는 소수의견일지라도 아주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맥아더 장군은 문화재 반환 문제가 "우리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을 악화시키고 일본이 이데올로기적 압력에 취약하도록 만들며 전복적인 행동에 적합한 토양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자신의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