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영화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또 다른 전성기가 있었다. 바로 1960년대.당시 한국 영화의 붐을 이끌었던 주역들은 최은희 김혜정 엄앵란 문희 등의 여배우들이다. EBS TV 영화정보 프로그램 ''시네마천국''(금 오후 10시50분)은 다음달 1일 ''또순이에서 비련의 주인공까지''라는 주제로 60년대 여성 스타 4인방 최은희 김혜정 엄앵란 문희의 활약을 다룬다. 60년대는 경제성장과 함께 도시화와 산업화가 시작됐던 시기다. 이런 변화는 집안에 머무르던 여성들을 대거 사회로 끌어냈다. 사무실의 비서로,미장원의 사장으로,술집과 다방의 마담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하지만 한국사회는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여성의 덕목과 정숙이라는 유교적 가치를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런 모순에 처한 60년대 여성들의 모습은 이들 여배우들을 통해 영화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됐다. 여배우들은 현모양처에서 여대생 여사무원 양공주 미혼모에 이르기까지 현대산업사회에서 탄생한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최은희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선 전통적인 여성상을,''쌀''(1963)에선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풍만하고 관능적인 가슴,까무잡잡한 피부,서구형의 세련된 얼굴을 갖춘 김혜정은 ''오발탄''(1961) ''육체의 고백''(1964) ''나도 인간이 되련다''(1969) 등의 영화에서 성적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엄앵란은 ''마부''(1961) ''로맨스 빠빠''(1960) ''맨발의 청춘''(1964) 등의 영화에서 귀엽고 발랄한 대학생 사무직 여성의 모습을 선보였다. 문희는 ''흑맥''(1965) ''초우''(1966) 등의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후 ''미워도 다시 한번''(1968)시리즈로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