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최고경영자형 대통령 .. 金一燮 <한국회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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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경선의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새로 등장한 용어의 하나가 ''CEO(형) 대통령''이다.
권위주의 군사정부 30년,권위주의 민간정부 10년에 지친 국민들에게 무엇인가 신선한 이미지를 보이려는 대선 경선 주자들의 고심의 결과다.
CEO란 제왕적 통치권자나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반대개념으로,또는 통치자가 아닌 국가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CEO는 Chief Executive Officer의 약자로서 서구 기업의 최고집행임원을 말하며,우리나라의 대표이사와 유사하다.
대외적으로 기업을 대표하고,대내적으로는 이사회 결의를 집행한다.
CEO는 기업 내의 최고위직 임원으로서,기업 내 모든 활동에 대해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국가의 Chief Executive라고도 부르며,대학총장 병원장 등도 CEO라고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그 직위 자체가 국가의 CEO인 셈이다.
막스 베버는 "국정지도자의 명예는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지는데 있으며,이 책임을 부정하거나 남에게 전가시킬 수 없고 또한 그러한 행위가 용납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1997년 12월12일의 기사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는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은 달러보다 더 고갈돼 있다"고 비판했다.
IMD의 2000년 보고서에서 국내 CEO들의 사회적 신뢰도는 조사대상 47개국 중 45위에 불과했고,우리나라의 많은 CEO들은 스스로를 ''큰 머슴''이라고 비하해 왔다.
오너의 절대적인 권한하에서 순혈주의 문화,성과와 관계없이 낮은 보수,짧은 임기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고 또 유능한 CEO를 알아보는 안목도 없던 사회였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인 유교문화 속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했지,사람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CEO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전기초자의 주가는 서두칠 사장이 사임한 뒤 반토막이 나버렸고,그가 새로 CEO로 취임한 이스텔의 주가는 나흘만에 70%가 올랐다.
성공한 조직과 실패한 조직의 유일한 차이는 CEO의 차이다.
같은 시대,같은 공간에서 같은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도 리더에 따라 기업이나 국가의 흥망성쇠가 바뀐다.
이순신 원균 아이아코카 박정희 김일성의 예를 잘 생각해보자.그래서 대통령을 뽑는 일은 미인투표나 인기투표를 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며,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심각한 결정이다.
국정 지도자를 잘못 만나 고생하는 여러 우수한 국민들의 모습을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CEO의 사명은 조직과 조직원의 생존과 번영을 지속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 조직의 공감을 받은 비전을 제시하고,조직의 목표를 정하며,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을 선택한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이 최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구조와 조직운영의 원칙을 설계하고,적재를 적소에 배치한 뒤 이들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한다.
성공한 CEO와 실패한 CEO의 차이는 결국 이들이 선택하는 인재의 차이다.
CEO 대통령은 선거공신과 국정의 경영진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자에는 용기 있고 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을 써야 하지만,후자로는 원칙과 국가에 충성하는 현명한 사람들을 골라야 한다.
성공경영의 요체는 직책에 맞는 최고의 인재를 널리 찾아 전권을 맡기는 것이다.
좋은 인재를 골라 믿고 썼던 대통령·오너·CEO들은 본인의 능력이나 전문성이 다소 떨어져도 성공했던 반면,가까운 사람·충성하는 사람만을 썼던 경우는 예외 없이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그래서 CEO로서의 대통령은 대통령 한사람이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한 국정경영진,즉 Presidency의 역량으로 평가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이다.
언행이 일치하고, 원칙과 룰을 중시하며,사람을 쓸 줄 아는 CEO 대통령의 출현을 고대한다.
iskim@kas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