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도 있는 것" .. '나쁜 남자' 흥행 성공 '김기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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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42)감독의 7번째 영화 "나쁜 남자"가 개봉 11일만에 관객 40만명을 돌파했다.
"수취인불명"등 그의 전작 6편이 끌어들인 관람객이 총 9만여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흥행기록이다.
그의 작품들은 베니스영화제 등 전세계 1백여 영화제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오는 2월6일 개막되는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흥행작이란 "훈장"을 달고 각국 영화들과 작품성을 겨루게 됐다.
-전작들과 달리 흥행에 성공한 비결은.
"이 작품의 주연 조재현이 SBS드라마 "피아노"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게 주효했다.
영화내용면에서는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시비"를 걸었다고 생각한다.
깡패(한기)가 여대생(선화)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혐오스런" 도입부에서부터 관객들은 영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이후 사랑에 관한 드라마가 완결된 듯 싶다가 결말부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헐리우드식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승전결 후 내가 다시 문제를 던짐으로써 "기승전결-기"의 형식을 취했다"
-이 작품에선 성(性)문제가 도입부장면의 에곤 쉴러의 그림처럼 불경하고 비루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성은 쾌락의 수단이지만 또 남녀간 통신과 이해 수단이며 가장 중요한 화해의 도구이기도 하다.
쉴러의 그림에서 남녀의 섹스는 뼈와 살,몸 전체가 뒤엉켜버려 퀭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열하지만 매우 솔직하다.
섹스를 성기중심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사춘기적 욕망에 불과하다.
이번 영화에선 쉴러의 그림에 표현된 성에 대한 솔직한 이미지를 차용했다.
그들의 관계가 당장엔 혐오스럽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해된다.
베를린영화제 관계자도 처음에는 결말을 수정해달라고 말했지만 일주일뒤 원본을 그대로 보내달라는 말을 전해왔다"
-아내를 창녀로서 살도록 하는 결말은 국내에서도 논란거리다.
사랑의 통념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어서다.
"두 주인공의 관계가 작위적이라고 일부는 말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작위적인 운명이 흔하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은 영화같다고 말하지 않는가.
한기는 극중에서 선화와 한번도 섹스하지 않는다.
그는 동물적 본성을 억제했다는 자신감으로 더욱 잔인하고 비겁한 짓을 한다.
선화를 지배하기 위해 나름대로 지독하고 단단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반면 명수는 여대생과 사귀고 싶다는 마음에서 가볍고 어설픈 방식으로 사랑한다"
-이 작품에서도 여성이 남성에 유린되는 존재로 그려졌다.
"여자는 내 인생의 절반이다.
여자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반쪽에 대해 늘 고민한다.
(여자는 나에게) 처음에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비쳤다가 어느 순간 "아니다"로 바뀌었다.
이후 원래의 이미지로 돌아갔다가 다시 거부하는 일이 거듭됐다.
이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다가온다.
이번 영화에서 한기가 선화에게 품은 감정도 마찬가지다.
맨처음 느낌은 "순수"였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경멸"을 던진 후 이런 식으로 감정변화를 겪는다.
작중에서 물리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창녀로 만든 것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비도덕성을 통해 도덕을 각성시킨 것이다"
그는 한기와 선화 역시 동시대의 사람들임을 강조했다.
다만 비제도권에 속해 있어서 육체를 많이 사용할 뿐이라고 했다.
그들이 창녀를 천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대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점을 다소 "무모한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글=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