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지경에 이른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국제위원회가 곧 구성된다. 브라질과 멕시코, 칠레의 전.현직 중앙은행 총재와 미국 재무부가 추천하는 국제경제계의 `거물급 인사''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아르헨티나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경제회복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위원회에 참가할 인사는 아르미니오 프라가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 지난94년 멕시코의 `데킬라 파동''을 순조롭게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겔 만세라아구아요 전(前)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카를로스 마사트 칠레 중앙은행 총재,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미주개발은행(IDB) 총재 등 5∼6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이글레시아스 IDB총재는 미국 재무부나 워싱턴 정가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인물이어서 향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정부의 대아르헨 추가 금융지원의 열쇠를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호르헤 레메스 레니코프 아르헨 경제장관과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가 최근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에두아르도 두알데아르헨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협조를 요청하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즉, 두알데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내부의 단합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지원, 특히 IMF의 구제금융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각국의 고위 경제관료이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설치를 요청한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글레시아스 IDB총재와 긴밀히 협조하면 미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두알데 대통령에게 전했다. 이글레시아스 총재는 주로 워싱턴에 머물면서 미정부 고위관리와 정치인들은 물론 IMF 및 세계은행(IBRD) 관계자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다. 특히 전임자였던 리카르도 아우스만 전(前) IDB총재와 함께 아르헨 경제위기의 돌파 수단으로 일찍부터 태환정책 폐지 및 페소화 평가절하 등 `페소화 계획''를 제안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글레시아스 총재의 이런 의견을 한때 묵살했던 미셸 캉드쉬 전(前) IMF총재는나중에 총재직을 그만둘 무렵 이 안에 찬성했으며, 아르헨 정부도 뒤늦게 이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두알데 정부는 이글레시아스가 국제위원회 위원이 될 경우 아르헨 정부를 대신해 대미 교섭창구 역할을 맡으면서 추가차관 등의 문제를 순조롭게 풀어나갈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다음 세 가지 작업을 부작용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첫째는 아르헨 금융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이다. 경영난에 처한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하게 정리하되 예금인출 제한조치로 가뜩이나 불만에 가득한 예금주들에게 추가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퇴출이나 은행간 합병 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은행들이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예금지급 동결 확대조치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풀되 아르헨 정부의자금사정에 부담을 주지않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묶인돈이 풀릴 경우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큰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는 페소화 경제의 정착이다. 태환법 폐지 및 11년만에 처음 단행된페소화 평가절하로 국민은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으나 환율체제의 안정과 페소화 경제의 조기정착을 통해 경제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