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23일자) 그린벨트 해제 이후의 과제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그린벨트 3천7백여만평의 단계적 해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안이 발표됐다. 22일의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주요내용은 이미 확정된 원칙에 따라 대상지역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실행안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당초부터 예상됐던 갖가지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 있어 걱정이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로 대규모 주택단지 등이 개발될 경우 그 지역의 교통과 환경파괴를 막을 대책이 이번 광역도시계획에 충실하게 반영돼 있는지,실행에 옮겨질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안의 공간구조를 서울의존형 단핵구조에서 벗어나 주변의 7개 거점도시를 개발하는 다핵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풀리게 될 그린벨트의 개발 역시 그같은 도시계획의 테두리 내에서 추진될 것임은 물론이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도권 집중억제시책과의 상충이다. 말이 다핵구조이지 자칫 잘못되면 수도권 전역의 도심화를 촉진하는 결과로 나타날 우려가 없지 않다. 그에 따른 교통혼잡과 환경파괴 등은 필연적이다. 서울의 동북부지역 주민들이 그같은 신도시 개발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그런 우려 때문이다. 물론 택지공급을 통해 수도권 주택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밀화 방지에 역행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이 점에 대해 정책당국은 납득할 만한 설명과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두되는 것이 부동산투기 문제다.물론 대상지역 대부분의 땅값이 이미 올랐다고는 하지만 도시계획의 확정과 더불어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도 있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도시계획수립에 따라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조정가능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을 서둘러 확정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해제대상에서 제외돼 개발제한구역으로 계속 묶여 있게 되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되어왔던 그린벨트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보지만 정부가 제시한 ''선(先)계획''의 내용은 국토의 건강한 보전과 효율적 활용이란 차원에서 그야말로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고,''후(後)개발'' 역시 당초의 계획이 끝까지 유지돼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ADVERTISEMENT

    1. 1

      [아르떼 칼럼] 남산의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을 추억하며

      2022년 12월 31일. 남산의 힐튼호텔은 결국 문을 닫았다.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계단과 고풍스러운 브론즈 기둥,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천창에서 떨어지는 우아한 빛이 방문객을 조용히 감싼다.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의 제자인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호텔이다. 그는 스승의 건축사무실에서 12년을 함께 일하며 배운 것들을 서울의 땅 위에 새겨 넣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오직 비례와 빛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 힐튼호텔은 그의 대표작이다.우리가 힐튼호텔을 기억하는 이유가 천창의 빛과 아름다운 계단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공간이 가진 고요함과 품위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조금씩 사라져가는 힐튼호텔을 바라보며,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떠올렸다. 이 영화 역시 한 호텔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영화는 네 겹의 시간으로 이뤄져 있다. 한 소녀가 묘지에서 작가를 추모하고, 그 작가는 자신이 젊은 시절 방문한 한 호텔의 노인(제로)을 추억하고, 그 노인은 구스타브와의 일화를 회고하며 그리움을 드러낸다. 소녀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제로로, 제로에서 구스타브로 기억이 기억을 끌어내는 구조다. 이 구조로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선언한다.산 위에 당당히 선 분홍빛 호텔. 누구나 한 번쯤 묵고 싶은 그곳,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이다. 그러나 곧바로 36년 뒤의 모습으로 장면이 전환된다. 이제는 몇몇 단골만 찾을 뿐인 쇠락한 호텔을 방문한 작가는 손님 한 명 없는 로비에 홀로 앉은 노인 제로에게 말을 건다. 제로는 젊은 작가의 관심이 반가웠는지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한다.

    2. 2

      [천자칼럼] 北의 '권총 정치'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 권력과 세속 군주권을 ‘두 자루의 칼’에 비유한 양검론(兩劍論)이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유럽 각국 군주들이 “세속의 칼은 영적인 칼에 종속되지 않는다”며 자기 몫을 챙기는 과정에서 정·교가 분리된 근대국가로 가는 길을 열었다.‘누가복음’에 나오는 칼과 관련한 구절을 인용해 권력을 검이라는 무기로 선명하게 시각화한 점이 중세 대중을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는 서사로 널리 활용된 것이 ‘두 자루의 권총’이다. 김일성 주석의 아버지 김형직이 1926년 14세 소년 김일성에게 벨기에제 ‘FN M1900’으로 추정되는 권총 두 자루를 남겼고, 김일성이 이 총을 들고 항일 투쟁에 나섰다는 게 북한의 ‘건국 신화’다. 김일성은 “혁명은 총대(총기류)에 의해 개척되고, 전진하며, 완성된다”는 ‘총대철학’을 표방하며 권력을 다졌다.폐쇄국가 북한에서 두 자루의 권총은 곧 세습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상징으로 전환됐다. 6·25전쟁 당시 김일성이 “이 권총이 혁명의 승리를 담보한다”며 11세에 불과한 김정일에게 총을 물려줬다는 스토리가 덧붙여졌다. 권총 모양 퍼레이드가 펼쳐진 2022년 평양 열병식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자루 권총에서 시작해 그 어떤 강적도 전율케 하는 무적강군으로 자라났다”고 북한군을 부추기며 ‘권총 신화’를 이어갔다.그제 북한 선전 매체들이 실내사격장에서 김정은이 딸인 김주애와 나란히 권총 사격을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서사의 ‘판박이’로 10대 소녀의

    3. 3

      [사설] 석유전쟁으로 변질되는 중동 사태, 인질로 잡힌 글로벌 경제

      이란이 그제 새 최고지도자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조기 종전 기대에 숨을 고르던 글로벌 시장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지난 8일 공식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 전선 형성에 대한 검토가 이미 끝났다”고 경고했다. ‘저항의 축’ 세력을 규합해 게릴라식 군사보복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이란의 결사항전 선언에 시장은 요동쳤다. 어제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9.2% 올랐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9일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종가 기준으로 100달러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이다.이란이 볼모로 삼은 호르무즈해협은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전략 요충지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에너지 공급로다. 이곳이 막히면서 그 여파는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원유·원자재 감산과 물류비 폭등은 생산 비용과 가계 지출로 전가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재앙을 키운다. 이란이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공급망을 균열 내고, 이를 통해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등 서방 국가의 인내심을 고갈시키는 ‘장기적 소모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가 인질로 잡힌 셈이다.자원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각국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