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외국 투신사 몰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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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 엥도수에즈은행과 합작으로 투신운용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이다.
유가증권 운용규모가 20조원 이상인 농협이 직접 투신운용사를 세우기로 한데엔 나름의 계산과 판단이 있겠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외국의 투자은행이 속속 한국에 상륙,투신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가고 있는데도 국내 투신사의 대응은 상당히 미흡하다는데 있다.
국내 투신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땅에 떨어진 고객의 신뢰를 좀처럼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던 지난 99년말 시중자금은 주식형 수익증권에 56조원이나 몰렸지만 투자원금이 반토막나는 일이 속출하자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주식형 잔고가 아직도 6조~7조원 수준의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고객의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반면 지난해말 현재 한국에 단독 또는 합작으로 진출한 10개 외국투신사의 시장점유율은 21.6%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도이체방크 피델리티 등이 가세할 움직임이어서 1~2년 후면 시장점유율이 40%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있다.
주식 유통시장이 이미 외국인의 영향력에 좌우되고 있는 터에 1백60조원에 이르는 간접시장마저 외국인에게 넘어가면 증시를 통한 자금배분과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의 값을 매기는 작업 등 시장기능의 대부분이 외국인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점을 감안,금감원은 가급적 외국투신사의 인가를 늦추는 방법으로 국내 투신사로 하여금 시간을 벌도록 하고 있지만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정책당국과 투신사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좀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투신사의 대형화와 전문화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사와 경쟁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당장은 내실을 키우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외국 투신사처럼 일정수준의 경력을 쌓은 펀드매니저에게 자산운용을 맡기고,1인당 운용 펀드 수를 제한하며, 시스템적으로 위험을 관리토록 해 펀드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투신사 입장에서도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은 수익률을 높이는 길뿐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외국 투신사보다 수익률이 현저하게 뒤처지게 되면 간접투자자금이 외국투신사로 대이동하게 되리란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선진 투자기법과 위험관리 능력을 앞세우고 있는 외국투신사에 국내 투신사가 맞설 수 있는 무기는 자산운용 능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