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를 모두 떠맡아달라고 하더니 나중엔 그나마도 현금으로 보전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금감위 고위관계자) "최후통첩이라며 보낸 문건만도 10번이나 된다"(금감위 실무책임자) "정부가 책임질 일이라면 AIG 같은 곳과 협상을 시작했다는 사실일 것"(금감위 관계자) 현투증권에 대한 AIG컨소시엄과 매각결렬이 발표된 뒤 기자와 만난 정부의 협상라인에 있던 관계자들의 변명들이다. 한 실무관계자는 "심지어 결렬 사실을 공동발표키로 해놓고 일방적으로 먼저 발표해버렸다"며 AIG를 야속해했고 다른 간부는 "이럴 경우 미국언론이라면 어떻게 보도하겠느냐"며 AIG측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애쓰기도 했다. 지나고 보면 협상은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거의 결렬상태였지만 당국자들은 거의 막판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치밀한 전략도 신중함도 없이 접근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우선 협상라인 자체가 뒤죽박죽이었다. 지난해 실무협상이 한창일때 정부는 갑자기 실무책임자인 진동수 증권선물위원(1급상당 공무원)을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으로 파견해버렸다. 후임으로 금감위 강권석 대변인이 승진하면서 이 자리를 맡았으나 새해들어 금감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투중에 거듭 야전사령관이 바뀐 꼴이라 하겠지만 국익보다 공무원들의 보직이 중요했던 셈이다. 그러니 협상전략이 일관성있게 추진되기 어려웠다. AIG같은 투자컨소시엄을 협상대상으로 선정한 것부터 잘못이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AIG컨소시엄의 성격상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장기 목표가 아닌 단기 투자수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결국 끊임없이 투자수익에 대한 사전 보장을 요구한 끝에 그것이 무산되자 협상을 깨는 수순으로 갔다는 것. 이와관련,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근영 위원장은 18일 협상결렬을 밝히는 자리에서까지 "AIG측의 컨소시엄이 정확하게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통보해오지 않았다"며 "본계약 체결시 알려 주기로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모른채 1년반동안 협상해 왔다는 얘기다. 부실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