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중장기 물가안정 목표제로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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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데 대해 사과한 것을 두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사과 수준에 그칠 일이 아니라 보다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결코 없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물가에 대한 책임문제는 지나치게 단순 논리로 접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책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따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책임론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초래될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해 한해의 목표달성 여부를 따져 책임을 거론할 경우 경제상황과 유리된 통화신용 정책을 펼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금통위가 상반기중 경기가 급전직하인 상황에서도 물가불안을 우려해 금리인하에 인색했던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관련법에서 책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입법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목표 4%를 0.2% 웃돈데 대한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보완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실 물가안정 목표제는 98년 도입 당시 우려와는 달리 착실히 정착돼 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해를 제외한 3년 연속 목표를 달성한 것은 물론이고 운용체제 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아직도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신용 정책에 대한 자율성이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관리대상 물가를 통화정책의 영역밖에 있는 농산물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core inflation)로 전환해 현실감 있는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년도 물가목표 위주의 제도운영으로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경직돼 왔다는 비판이 꾸준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를 중장기 목표관리제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해만 놓고 보면 목표달성에 실패했지만 직전 2개연도의 물가상승률이 각각 0.8% 1.8%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3년의 시계로 보면 중장기 목표인 2.5%내에서 관리돼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망설이다 경기위축을 가속화시킨 우를 범했던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중 이스라엘 등 극히 일부국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중장기 목표제로 전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제도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