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21세기의 시작 숫자의 개념이 아닌 역사적 사건으로 볼때 19세기는 1815년에 시작됐다. 1815년은 유럽에서 프랑스의 나폴레옹 체제가 무너지고 승전국들이 힘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고 했던 이른바 "빈 체제"가 시작한 해이다. 강대국들은 1815년에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유럽을 지정학적으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힘의 균형을 꾀했는데 이를 빈체제라고 불렀다. 이 체제는 그 후 1백여년에 걸쳐 유지됐다. 그후 1914년에 1차세계 대전이 발발함으로써 19세기가 끝났고 20세기가 시작됐다. 인류는 20세기에 세계 1,2차대전등 국가동맹 차원이나 국가차원에서 크고 작은 전쟁을 많이 겪었다. 그러면 역사적 사건으로 볼때 21세기의 시작은 언제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부터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록 20세기에 발생했지만 1990년 역시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이정표를 세운 해로 인식될 수 있다. 1990년은 소련과 동유럽등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분할됐던 유럽을 하나의 체제로 만들었던 해이다. 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당시에 냉전종식을 선언하고 항구적인 세계평화체제를 전제로 하는 "신세계질서"를 주창했다. 그후 10년이 지난 2001년 9월 11일은 과거와는 다른 특별한 비극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것은 미래학자인 사무엘 헌팅톤이 일찍이 예언했던 문명간의 충돌은 아니었다. 헌팅톤은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서구의 기독교,그리스정교,이슬람교,유교등 문명간의 갈등을 예견했다. 하지만 9.11테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국경없는 적들의 침략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2001년은 프렌시스 후쿠야마가 예언한 "역사의 종언"이 사실에 가깝다. 후쿠야마는 최근 테러사태가 자신의 저서 "역사의 종언"에서 역사의 완성적인 형태라고 밝힌 서구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그는 이를 막지 못한다면 세계 문명의 생존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있다. 테러리스트들은 자기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발전시킨 기술을 이용해 테러를 저지름으로써 오히려 인류 문명의 진화를 저해시켰다.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동굴에서 생을 마칠 것이다. 문제는 그가 죽는다고 해서 테러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들면 서구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극렬분자들은 국제회의를 망치고 세계공동의 전산망을 파괴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는 국제사회가 많은 공격을 야기시키는 다양한 빌미들로부터 시민사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이다. 또 사회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이다. 어떤사람들은 미국 유럽 일본등의 선진세계 중심의 가치들을 맹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즉 자기지역이나 국가이외의 뿌리를 두고 있는 서구의 긍정적인 가치들을 편협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염려스런 것은 비록 테러와의 전쟁일지라도 싸움은 지난해 아프간 전쟁에서 보여졌듯이 국가간의 군사적 대결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구 국가들도 이스라엘과 다른 이슬람국가들을 공평하게 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세계 각국은 특정국가을 편애하지 말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2001년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세계 경제가 급격히 침체됐고 테러리스트들이 공격을 가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인류의 평화와 복지라는 이념을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정리=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The Start of the 21st Century"라는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