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만들자" .. 도어록 전문 '코파트'..'재도약 원년'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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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이 포기한 회사를 임직원들이 집까지 잡혀가면서 결사적으로 회생시켰습니다"
부산 사상구 학장동 사상공단내에 위치한 코파트 공장.
2일 새해 새벽 6시에 출근한 고영기 사장은 풀가동중인 생산라인을 바라보면서 감개무량해 했다.
밀려드는 도어록(출입문 잠금장치) 주문에 일손이 달려 직원들의 손놀림이 정신없이 바쁘다.
1천평 규모의 공장은 97년 외환위기로 한때 벼랑끝까지 몰렸던 어두운 그림자는 말끔히 사라졌다.
경영실적이 말해준다.
지난해 매출실적은 52억원으로 2년전의 20억원에 비해 1백75%나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억원을 기록, 1년새 갑절이나 불어났다.
누적적자가 매출의 10배에 육박해 퇴출일보직까지 갔던 회사가 되살아난 이면에는 임직원들의 남다른 피와 땀이 배어 있다.
5년전 노사분규등으로 쌓여온 적자가 1백20억원을 넘어서자 모기업인 대상그룹은 청산작업에 들어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엔지니어 출신으로 설계와 생산 영업직을 두루 거친 고영기 사장(당시 영업과장)을 구심점으로 직원 14명이 회사를 살리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부채만 탕감해 주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며 끈질기게 모기업인 대상측을 설득했다.
퇴직금과 집을 담보로 잡혀 고 사장이 2억원, 나머지 직원들이 1억원을 내 총 3억원의 인수자금을 모았다.
회사측도 이들의 노력을 받아들여 회사지분을 넘겨줬다.
이 결과 코파트는 98년9월 종업원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막상 회사를 인수했지만 앞은 캄캄했다.
오랜 부실경영으로 판매망이 망가졌고 수출길도 막혀 버렸던 것.
당시 대리였던 품질보증부 오명석 부장은 "과거 제품인지도만 믿고 다시 시작했으나 현실은 의지와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면서 "전직원이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실로 인생을 걸고 전력투구했다"고 회상했다.
임직원은 우선 "도어록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자"며 '일당 백' 전략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잘 나갈때 4백명에 달하던 종업원이 14명으로 준 만큼 오더가 들어오면 밤샘을 해서라도 반드시 납기일을 지키고 제품을 만들어냈다.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회사임금을 동결하고 버는 만큼 도금설비 등을 첨단화해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고 사장과 영업직원들은 서울 부산을 오가며 수요처인 건설현장과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뛰어다녔다.
서서히 판매망은 되살아났고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인지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세계적인 도어록업체인 미국 슈라게사로부터 주문생산 의뢰를 받았다.
뉴질랜드와 인도 해군성으로부터도 주문이 들어왔다.
작년부턴 국내에선 유일하게 세계 최고 품질 권위인 미국 앤시 1등급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천신공항과 국내 월드컵 경기장내 출입문 도어록 납품을 도맡다시피하고 있다.
작년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3% 월급인상을 단행했다.
코파트는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정했다.
디지털 도어록을 3월 출시하고 지문인식 도어록도 완성,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등을 겨냥해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다.
고 사장은 "내년 목표를 매출 70억원에 당기순이익 7억원으로 잡았다"며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힘을 합치면 안될게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산=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