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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모라토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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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란 대외채무에 대한 지불유예를 뜻한다. 상환기간이 도래했음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 불이행상태를 의미하는 디폴트(Default)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디폴트가 예상될 때 먼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채무국은 채권금융기관들과 협상,빚을 일부 탕감받거나 이자조정 만기연장 등을 통해 향후 채무상환 가능성을 높이는 채무재조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둘다 지불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국가부도를 의미해 큰 차이는 없다. 지난 82년 멕시코를 시발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3개국이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고 98년 이후 말레이시아 러시아 에콰도르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한때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멕시코 브라질과 함께 두 차례씩이나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모라토리엄이 선언되면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외채를 갚지 않고 '우리식으로 살자'며 버틸 수도 있겠으나 세계화된 국제경제질서를 무시하고서는 경제후퇴가 불가피해져 국가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남북 대치상황,부족한 자원,높은 무역의존도 등을 고려해 IMF체제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통령후보들까지 IMF에 각서를 써야 했었다. 대선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모라토리엄에 처하게 되면 현금이 없는 한 우리는 식량과 석유를 살 수 없다"고 지적하고 "엘리베이터도 정지돼 10층이 넘는 아파트도 걸어다녀야 한다"고 설득한 바 있다. 모라토리엄이란 용어는 경제학에서 출발했지만 유예를 뜻하는 보통명사로도 널리 쓰인다. 특히 에릭슨이란 심리학자는 이 말을 독립할 때가 돼도 스스로 책임지는 독립생활을 못하고 부모의 보호아래 사는 캥거루족을 '모라토리엄 인간'이라고 불렀다. 외환위기의 교훈을 살려 다시는 시련을 겪지 않도록 함은 물론 모라토리엄 인간이 줄어들도록 하는데도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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