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투자협정(BIT) 협상이 공식 타결됨에 따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일 3국간의 동북아 FTA 추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지역경제협정이 전혀 없는 고립 상태에서 벗어남으로써 투자자유화 등 개방정책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당장 일본의 대한(對韓) 투자가 급증할지는 의문이다. 이미 한국의 외국인투자제도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있는 데다 한.일 간의 투자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심한 경기 불황과 금융 구조조정에 휘말린 일본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만큼 여유있는 상황도 아니다. ◇ 투자보장협정과 투자협정의 차이 =전통적인 투자보장협정은 이미 투자가 이뤄진 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보상 등 사후처리를 자국 기업과 똑같은 조건으로 해주는 것이다. 물론 투자이익 등 과실 송금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반면 투자협정은 투자 성립 전단계부터 내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뼈대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투자자격이나 업종 투자금액 지분율 등 갖가지 제한조건을 협정 체결국의 기업에 대해서는 면제해 주는 것이다. ◇ 한.일 BIT 주요 내용 =투자 실행 단계부터 내.외국인 투자자를 원칙적으로 동등 대우키로 했다. 다만 △스크린쿼터 △방위산업 △신문.방송산업 △벼.보리 재배 및 소 사육업 등의 분야는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투자 원금과 이자에 대한 국내외 송금을 보장하고 정부가 공공 목적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국유화하거나 수용할 경우 국제법 기준에 따라 보상토록 의무화했다. 특히 자유로운 투자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비율의 수출이나 국내부품 조달, 기술이전 등 부당한 이행의무를 금지했다. 논란을 빚어온 노동분야의 내.외국인 차별금지 문제는 협정 서문에 선언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 분야의 투자분쟁의 경우 △외환위기 등과 관련된 일시적 송금제한(세이프가드) △금융시장 건전성 유지 조치 등에 한해 국제적 분쟁해결절차 적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 전망 =향후 한.일 양국간 FTA 체결 논의도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국은 BIT 체결과 별도로 민간 경제계 대표로 구성된 '한.일 FTA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FTA 논의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장재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와 관련, "내년 2월 말까지 민간 차원의 논의를 통해 기본적인 윤곽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양국은 한.중.일 3국간 FTA 체결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키로 합의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