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7:05
수정2006.04.02 07:07
"잡초는 어찌 그리도 잘 자라고,모기떼는 왜 그렇게 극성스럽던지" 지난 70년대 전원생활을 동경하다 과감하게 동료들과 수원근교에 토담집을 짓고 주말엔 흙에 살았던 어느 선배의 실패담 한 토막이다.
결국 한 해도 못채우고 철수했다면서 "농사,그거 아무나 하는 것 아니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전원일기""대추나무에 사랑 걸렸네"등의 TV 농촌드라마는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하는 그림이라는 얘기였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농업인구는 지난해 12월1일 현재 4백3만1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8.6%를 차지,1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70년 1천4백42만명으로 전체인구의 44.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인구증가 속에서도 농업인구는 매년 35만명씩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령별 구조를 보면 농업의 현주소는 더욱 분명해진다.
농업인구중 15세 미만 인구는 11.4%로 전체 평균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은 21.7%로 전체 평균의 3배수준이다.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은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사람들의 경우 그런 느낌은 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농업인구 감소를 꼭 그렇게 감상적으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내총생산(GDP)중 농업의 비중은 5%선.전체 인구의 8.6%가 5%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농업인구가 앞으로도 더 줄어야한다는 주장을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농가당 경지규모 확대나 채산성 있는 영농단위 확보가 가능하려면 농업인구감소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않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농업인구 변화를 가름할 결정적인 변수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영농기술이다.
19세기에는 한 사람의 농민이 4명의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그쳤지만 지금은 78명분을 내놓고 있다는 게 외국통계다.
생명공학 등 새로운 기술이 갈수록 농업인구를 줄이게 될 것이고,농촌 또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