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에 기술혁신을 위한 산업기술 개발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해 '넘버원 앤드 온리(No.1 & Only)' 전략으로 특화된 세계일류 상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정부의 기술혁신 지원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지, 기업들이 원하는 지원방안은 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국가기술혁신단의 기술혁신대상 시상식을 하루 앞둔 20일 전경련회관에서 '산업기술 R&D투자,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이희범 산자부 차관과 정태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전문위원(사회) 등이 참석했다. 좌담회에서 기업측은 민간의 연구개발(R&D)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산업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예산의 확충뿐만 아니라 출자총액제한 등의 규제철폐와 산.학.연 협력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참석자 ] 이희범 < 산자부 차관 > 정태승 < 전경련 전무 > 조환익 <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 임관 <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 안현실 <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 - 사회 ----------------------------------------------------------------- - 사회(안현실 한경 전문위원) =우리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정부의 내년 산업기술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이희범 산자부 차관 =외부 여건의 변화에 관계 없이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말씀하신 대로 기술력을 높여야 합니다. 정부는 세계일류상품을 만들 수있도록 체계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하면서 '넘버원 앤드 온리' 전략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상품, 즉 '프런티어 창조형' 기술의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얘기죠.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처음으로 산업기술 예산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배정했습니다. - 사회 =민간연구소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정부든 기업이든 기술의 융합 추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적인 기업연구소들이 한두 군데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정부연구소도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곳이 적어도 1개 정도는 있어야 하고요. 그래야 융합에 대응한 전략적 동맹이나 협력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산업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합니다. 기술융합을 고려할 때 전통산업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탄생하는게 가능합니다. - 사회 =질적인 측면에서 R&D투자의 성과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 정태승 전경련 전무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선진국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한 목표지향적 투자전략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우위에 있거나 잠재적 경쟁력을 지닌 분야를 선택해 독자 기술을 확보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선택과 집중'과 더불어 '연결과 협력'도 강조돼야 합니다. 선진국처럼 산.학.연은 물론이고 대학간, 대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계와 협력을 촉진하는 구조적 차원의 기술정책이 돼야 합니다. - 사회 =마침 산.학.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R&D 투자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산.학.연 사이의 기술 이전이나 협력이 미흡하다는게 대내외적인 평가인데요. △ 이 차관 =투입 측면은 모자라는 것이 아닌데 산출 측면에 뭔가 '루프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시스템 혁신 차원에서 막힌 곳이나 구조적 실패요인을 발굴하여 치유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대학이 특허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정기국회에서 특허법과 기술이전촉진법을 개정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 정 전무 =지금은 각자 경쟁력 있는 부분이 생기면 다른 회사의 경쟁력 있는 부분과 협력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협력 없이는 경쟁 자체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협력이 안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혹시라도 협력을 저해하는 규제적 요소는 없는지, 혹은 유인책이 약한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 조 총장 =지금 각 부처에서 창업보육이니 혁신센터니 테크노파크니 하면서 각종 지역혁신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는데 서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합니다. △ 임 회장 =산학협동이 중요하지만 이를 일률적으로 취급해선 안됩니다. 첨단산업의 기술이냐, 아니면 중소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이냐에 따라 협동의 성질이나 수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지요. - 사회 =규제 측면에서 민간이 겪는 애로요인이 있습니까. △ 정 전무 =얼마 전 전경련에서 R&D투자 애로사항에 대해 조사했는데 대기업에 대한 출자규제가 R&D 투자에도 큰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자총액 한?규제가 대기업의 신기술산업 진출을 막는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죠. △ 이 차관 =미래산업에 대한 진출 기회를 규제해선 안된다는데 동의합니다. 출자제한과 관련해 최근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예외가 확대됐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정 전무 =예외를 늘려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술투자까지 저해하고 있다면 규제를 아예 없애야 합니다. - 사회 =최근 정부는 IT BT NT 등 신산업에 대한 예산을 2005년까지 매년 22%씩 늘리겠다고 하는데 전통산업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 이 차관 =전통산업을 도외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신산업쪽의 발전속도가 빠르니까 신산업분야에 무게중심을 더 둔 것뿐이죠. 어떤 것을 육성한다고 해서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신기술과 전통산업의 접목은 핵심정책입니다. △ 임 회장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와 같이 뭔가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예산 배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사회 =고교생들이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고 있고, 대학인력에 대해선 산업계의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신산업이나 전통산업 할 것 없이 발목이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만. △ 이 차관 =심각한 문제입니다. 공급구조상 지금의 10대 인구가 20대 인구보다 적은데다 자연계 지원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10년 후에는 지방대 공대를 중심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기술적 융합 추세에 대학이 못따라가면 인력수급의 구조적인 부조화가 심화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인력양성을 최우선적인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기술산업 인력양성계획과 별도로 2005년까지 1천억원을 지원해 전통산업 부문의 고급 기술인력 10만명을 양성한다든지, 공학교육인증제를 확대하는 계획 등도 바로 그런 차원입니다. △ 조 총장 =정책간의 충돌문제도 있습니다. 수도권에선 취업률이 높고 입학 수요가 있는 대학마저 정원제한제로 인해 마음대로 못합니다. 반면에 지방에선 졸업시켜도 소화가 안되는 문제를 안고 있죠. - 사회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중요한 변수일텐데요. △ 조 총장 =중국을 대량생산 기지로만 보면 결코 중국에 뿌리를 못내립니다.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올 때 하이테크가 아니면 대접을 못받는데 중국도 마찬가지죠. 우리도 이제 어느 정도 성숙된 기술은 이전할 자세가 돼야 합니다. △ 정 전무 =핀란드 덴마크 등의 북유럽 강소국들이 특화된 기술을 강점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차관 =도전 측면보다 기회 측면을 잘 살려야 합니다. 관세.비관세장벽이 완화되고 지식재산권이 강화되는 추세를 유리하게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 일본에다 러시아까지 포함한 동북아협력권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가 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내년도 산업기술정책의 전략 기조를 '넘버원 앤드 온리'로 설정한 것도 실은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리=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